기싸움 벌여온 문재인-안철수 저녁 회동

by선상원 기자
2015.09.15 17:26:05

16일 중앙위 개최 앞두고 혁신안 담판
회동 결과 비관적, 양측 평행선 달릴 듯
문 대표 재신임 국감 이후로 연기할 수도
중앙위서 공천혁신안 부결 가능성 떠올라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16일 공천 혁신안을 처리할 중앙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철 수 전 대표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포문은 안 전 대표가 열었다. 안 전 대표는 13일 문 대표에게 드리는 편지 글을 통해 “공천룰과 대표직 신임을 연계하는 중앙위 개최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중앙위 개최를 무기연기하고 재신임을 위한 여론조사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안 전 대표는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길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싸움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에게는 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만에 문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을 통해 안 전 대표 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 대표는 “(혁신은) 훈수로 되는 일이 아니다. 팔을 걷어부치고 함께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선은 힘을 모아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안 전 대표님의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중앙위 개최 연기를 거부했다.

안 전 대표가 요구한 재신임 투표 취소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당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며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지 않다면 추석 전에 재신임 절차를 끝내겠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중앙위서 혁신안이 처리되면 안 전 대표가 요구한 지역별 전당원 혁신토론회를 열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문 대표는 “혁신의 본질이 따로 있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하지만 낡은 진보의 청산이나 인재영입 같은 더 근본적인 혁신 과제는 혁신위의 몫이 아니다. 이번 중앙위 이후에, 그리고 혁신위 이후에, 우리가 함께 해나가자”고 했다.

◇안 전 대표 “중앙위서 안건처리 하지 말라” = 핑퐁게임을 하듯 제안과 역제안을 하며 자존심 싸움을 벌인 양측은 15일에도 세 제안을 내놓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6일 중앙위를 연기해주거나 그날 안건 처리를 하지 말기를 부탁한다”며 “거듭 대표직 신임연계도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중앙위 개최를 되돌릴 수 없게 되자, 혁신안에 대한 공론을 모으는 장으로 중앙위를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혁신안과 별개로 혁신의 본질이 따로 있다고 한 말씀대로라면 문 대표와 저의 문제의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렇다면 왜 대표직을 연계하면서까지 16일 공천룰 통과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발 더 나아갔다. 문 대표를 오늘 중이라도 만나겠다고 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당 위기와 혁신의 본질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끌어내고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16일 중앙위 문제를 포함해 문 대표와 만날 용의가 있다”며 “오늘 만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문 대표 생각도 들어보고 설득의 노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문 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연평도 해병부대를 현장시찰 중인 문 대표도 화답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두 분이 만나는 것은 거의 분명하다”며 “양측이 현재 협의중인데 문 대표가 연평도 갔다가 오후 5시 넘어 오기 때문에 그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6시에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만날 예정이다. 중앙위 개최를 하루 앞두고 두 전현직 대표가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표측, 중앙위서 혁신안 처리 낙관해 = 관측은 비관적이다. 11~12일 중진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중앙위 개최 연기를 거부했던 문 대표가 중앙위 소집을 포기할리 만무하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드린 글에서, “처음으로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여 실천하려 한다. 중앙위 개최를 무기 연기하자는 제안은 답이 아니다. 당무위원회에서 혁신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중앙위원회 개최가 의결됐고, 이미 중앙위가 소집됐는데 어떻게 (연기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안 전 대표가 제시한 혁신안 처리를 미루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표측은 중앙위가 열리면 무난하게 공천룰을 담은 혁신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인 289명을 이미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타협 가능한 선은 재신임 투표를 국감 이후로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는 것이다. 문 대표도 합리적 대안이 제시되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 만큼, 안 전 대표와의 담판을 통해 재신임 카드를 접을 수는 있다.

두 전·현직 대표의 회동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고 해도, 혁신안 처리를 둘러싼 친노-비노계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박지원 의원은 14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재신임을 제안한 순간 이미 당은 분열됐다. (문 대표에게) 찬성한 사람이나 반대한 사람 모두 (결과에) 승복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니 문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외에 (당대표) 대안이 없다고?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문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압박했다.

◇정세균 그룹 캐스팅보트… 혁신안 처리시 탈당 이어질 듯 = 혁신안이 문 대표 뜻대로 처리된다고 해도 당내 긴장감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당장 추석 전 탈당을 공언해온 박주선 의원이 거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 뒤를 다른 호남권 의원들이 따라 나설 수도 있다. 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분당사태를 우려해 16일 중앙위서 중앙위원들이 혁신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표가 지난 9일 당의 혼란과 분열을 끝내겠다며 재신임 카드를 승부수로 던질 때 범친노계인 정세균 의원은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정 의원은 “민생이 수렁에 빠져들고 경제가 죽어가고 안보와 외교가 불안하고 민주주의 근간이 허물어지는데도 야당이 갈수록 외면받고 있다. 일찍이 이런 야당의 역사는 없었다. 문 대표 등 지도부가 야권 전체의 단결과 통합, 혁신의 대전환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결단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며 잘잘못을 따지기엔 너무나 절박하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문 대표와 협력적 관계를 이어온 정 의원이 지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580여명의 중앙위원 중 정 의원 그룹에 속하는 위원이 적어도 50명에서 최대 1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정 의원이 돌아서면 중앙위서 혁신안 처리를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비주류가 안건 처리에 있어 무기명 투표를 주장하는 것도 정 의원 그룹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며 “만약 혁신안이 부결되면 정 의원이 얘기한 것처럼 혁신의 출발인 통합은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성엽 의원은 15일 전략공천을 전면 폐지하고 무한정 허용된 단수공천을 엄격 제한하며 경선 후보 5배수 압축을 배제하는 한편, 국민공천단의 투표방식을 현장투표 방식으로 실시할 것을 제안하는 공천혁신 수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다. 유 의원은 의원들의 서명이 모아지는 대로 16일 열리는 중앙위서 혁신안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