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잡아야"‥불붙는 여야 '소통령' 전쟁(종합)

by김정남 기자
2014.02.06 19:57:53

與, 3인경선 흥행몰이 계획‥선거판도 설왕설래
민주, 박원순 장점 부각 계획 ‥안철수신당 변수도

[이데일리 김정남 이도형 정다슬 기자] ‘소통령’ 서울시장직을 탈환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당 대표가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군들을 잇따라 만나 출마를 권유하면서다. 새누리당은 경선흥행을 통한 ‘컨벤션효과’(정치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노리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장점을 적극 홍보하면서 여권에 맞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이 가세하는 3자구도도 변수다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5일 늦은밤 서울 모처에서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만나 출마를 제안했다. 김 전 총리는 6일 오후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특강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제안했다”면서 “책임감있는 자세를 갖고 과연 서울시장의 적임자인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는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하는 것은 원칙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출마할 경우 경선에 참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총리는 오는 11일 미국 UC버클리 로스쿨 방문차 출국하면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국회 인근 한 식당에서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이혜훈 최고위원과도 독대했다. 이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이 최고위원은 “경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부일정들을 빨리 만드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당의 승리를 위해 공정하고 당당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멋지게 경선을 마치면 본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화답했다.

황 대표는 앞서 지난 5일에도 또다른 당내 후보군으로 꼽히는 정몽준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서울시민과 당을 위해서 할 일이 있다고 판단을 하면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불출마 사유 중 하나로 거론된 주식백지신탁 문제가 해결됐다고 강조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새누리당은 ‘정몽준·김황식·이혜훈’ 등 세 명을 전면에 세워 서울시장 경선 흥행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 분의 빅매치가 이뤄져 최고 명승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발언도 최고위 공개석상에서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세 후보군의 경쟁력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황 대표가 “누구를 밀고 안밀고 등을 조심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사들이 김 전 총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까지 고려하면 호남(전남 장성) 출신인 김 전 총리가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다.

이와 동시에 당내 조직력을 놓고 보면 김 전 총리가 7선의 베테랑 정치인인 정 의원과 지난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이 최고위원보다 열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총리가 선출직 선거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민주당은 여권의 경선추이를 주시하면서도 박원순 시장의 장점을 부각시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영식 서울시당위원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박 시장의 시정성과나 강점 등을 정리해 정확하게 홍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여당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그 부분은 전임 오세훈 시장이 한 부분이 커 시시비비를 잘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새누리당의 컨벤션효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은 박 시장을 겨냥해 매일 언론플레이를 한다”면서 “구경만 하면 그들의 전략에 말려든다”고 했다. 민주당에겐 야권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안철수신당의 출마 여부도 여전히 변수다.

여야가 서울시장직에 사활을 건 것은 그만큼 정치적 무게감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얼굴’인 수도 서울을 이끈다는 상징성에다 차기 대선으로 가는 유리한 국면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시장이 소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직은 곧 지방선거 승패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실제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민자당(5곳)은 민주당(4곳)에 광역단체장 당선수로는 앞섰지만, 패배했다는 인식이 많았다. 서울시장을 민주당(조순 후보)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조 후보의 당선은 1998년 첫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1998년(새정치국민회의 고건 후보 당선)과 2002년(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당선), 2006년(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당선)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직의 향방이 전체 승부를 갈랐다.

서울시장의 실제 권한도 막강하다. 서울시의 한해 예산은 23조5609억원(2013년 기준)으로 국가예산의 7%에 달한다. 또 서울시장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장과는 달리 국가정책을 다루는 국무회의에도 배석한다. 1000만명에 가까운 유권자들과 매일 마주한다는 것도 환산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과 정몽준 의원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눈뒤 웃으며 헤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6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특강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6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이혜훈 최고위원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