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동기와 짬짜미 대출 그만…은행권 이해상충, 첫 공통 규제
by최정훈 기자
2026.02.03 12:00:00
전·현직 임직원·가족까지 이해관계자 범위 확대
사전신고·업무회피 등 단계별 내부통제 절차 도입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은행권에서 전·현직 임직원과 가족, 지인 등이 얽힌 부당거래가 반복적으로 드러나자 금융감독원이 이해상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통 기준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은행권과 함께 금융권 최초로 이해상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은행권 이해상충 방지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침은 지난 1월 26일 은행연합회 의결을 거쳐 제정됐고, 각 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관련 내규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같은 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 검사 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과 그 가족, 입행 동기, 거래처 등이 관여된 부당대출·계약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퇴직 직원이 현직 은행 직원인 배우자와 심사역, 지점장 등과 공모해 7년간 78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한 사례와, 퇴직 직원이 은행 고위 임원에게 부정청탁을 통해 점포 입점을 성사시킨 사례 등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을 비롯해 SC제일은행, 부산은행, IBK기업은행, 케이뱅크 등 8개 은행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제기준인 BCBS(바젤은행감독위원회) 은행감독준칙과 최근 검사 사례를 토대로 이해상충 방지 지침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번 지침은 이해관계자와 이해관계자 거래를 폭넓게 정의한 것이 특징이다. 이해관계자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뿐 아니라 전·현직 임직원과 그 가족, 학연·지연·기존 거래관계 등으로 공정한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까지 포함했다. 이해관계자 거래 역시 신용공여뿐 아니라 지분증권 취득, 임대차·자산·용역 거래, 기부금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 제공 전반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사전 예방을 위해 은행이 이해관계자와 거래할 경우 통상적인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암스 렝스 룰(Arm’s Length Rule)’을 명시하고, 이해관계자 식별과 자진 신고, 업무 제한·회피, 취급 기준 강화로 이어지는 단계별 내부통제 절차를 도입했다. 모든 업무 담당자와 결재권자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이해관계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을 경우 해당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전결권 상향 등 강화된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사후 통제도 강화됐다. 은행은 이해관계자 거래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점검 결과를 5년간 보관·관리해야 한다. 내부통제 기준 위반은 손실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징계 대상이 되며, 손실 규모 등은 가중 사유로 반영된다. 아울러 제보 활성화를 위해 기존 준법제보 제도를 활용한 제보자 보호·보상 체계도 함께 마련했다.
금감원은 이번 지침이 은행별 자율규제로 운영되지만, 이해상충 방지와 관련해 금융권 최초로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각 은행이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내부통제를 선진화함으로써 은행권 전반의 이해상충 관리 역량과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