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활황에 집값 오른 미국 "빌리는 게 구매보다 어려워"

by방성훈 기자
2022.02.16 17:10:39

지난해 주택 임대료 전년대비 7.8% 급등 ''사상 최고''
팬데믹 이후 재택·감염회피 등 대거 이주로 수요 폭증
공급은 태부족…저렴한 임대주택 확보 ''하늘 별따기''
집값 상승에 신규 구매시 차입 비용 부담 확대 영향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애틀랜타의 부동산 중개업자 제이미 더글라스는 “더이상 저렴한 임대 주택을 찾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500달러였던 주택들의 임대료가 최근 5000달러로 두 배나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5000달러 이하 가격대에서는 매물 자체가 없다. 그런데도 한 집에 임대 신청서가 15~20개씩 몰리는 실정”이라며 “말 그대로 사람들이 임대를 ‘구걸’하고 있다. (시세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더글라스의 사례를 소개하며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것보다 임대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AFP)
미국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례 없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 이후 원격·재택근무가 일상화하고, 많은 가족들이 감염 위험을 피해 교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 전역의 주택 가격 및 임대료가 천정부지 치솟았다.

미 부동산 정보 분석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미국 내 단독 주택 임대 가격은 지난해 평균 7.8%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임대료가 전년 동월 대비 12% 급등했다. 이 기간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임대료는 무려 36%나 뛰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19%), 플로리다주 올랜도(18%),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17%) 등 대부분의 주요 도시들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금리가 오르고, 주식과 암호화폐가 하락하고 있는 최근의 시기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자산 시장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엔 임대 수요가 구매 수요보다 더 많아지는 추세다. 집값이 오르면서 신규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주택을 소유한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더니 해당 지역 임차료가 너무 비싸 자택 임대료도 덩달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예 보유 주택을 팔아 임대로 전환하거나 임대 주택 투자에 나서는 가구도 늘고 있다.

미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4% 상승한 35만 4750달러(약 4억 2500만원)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모기지 상환액은 사상 최고치인 1887달러(약 226만원)까지 치솟았다. 또 같은 기간 구매 가능 주택 수량은 29% 급감한 43만 8000채를 기록,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공급 부족 사태가 심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공급난 및 임대료 상승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 건설이 시간이 걸리는 탓에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임대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도 해서다.

부동산 기술 회사 리얼페이지의 경제·산업 책임자이자 주택 경제학자인 제이 파슨스는 “선벨트 지역 도시들의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이주 추세가 되돌려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선벨트 지역은 ‘태양이 비치는 지대’라는 뜻으로 플로리다, 조지아, 텍사스, 애리조나 등 미국 주요 지역을 아우르는 남동부 지역군을 뜻한다. 세계 주요 기업 상당수가 이 지역에 몰려 있다.

작년 12월 미 주요 도시 주택 평균 임대료 및 상승률 (표=블룸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