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달군 ‘박근혜·이재명’…대선지형 파장일까

by김미경 기자
2021.12.30 18:50:24

박근혜 옥중서간록·이재명 비판서 나란히 출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 올라
예약판매 소식에 지지자·팬덤 구매 이어져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 신중한 반응도

[이데일리 김미경·장병호·박기주 기자]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거물급 정치인’을 다룬 두 권의 책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다룬 내용인데 향후 대선지형에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재명(57)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친형 고(故) 이재선씨의 갈등을 다룬 ‘굿바이, 이재명’(장영하, 지우출판)과 박근혜(69)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모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박근혜, 가로세로연구소)이다. 두 책은 각종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나란히 1, 2위를 다투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서점에서 한 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구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먼저 예약 판매를 실시한 이 책은 이날 오후 5시40분께 이 서점 매대에 깔렸다(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이 4년간 옥중에서 지지자들과 나눈 편지를 엮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이하 ‘그리움…’)는 출간도 되기 전에 서점가를 강타한 모습이다. 일부 공개된 책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지만 열성 지지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이 책은 30일 교보문고의 인터넷 주간(12월23~29일) 베스트셀러 전체 1위, 정치·사회부문 1위에 올랐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굿바이, 이재명’이 강세다. 예스24 국내도서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차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8위를 차지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정치인 책의 판매에는 지지세력의 ‘팬심’이 크게 작용한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자는 “‘굿바이, 이재명’은 지난 24일 매장에 입고됐으나 소량이 들어와 바로 판매가 끝났다. 현재 온라인 주문만 받고 있다”며 “두 책의 실질적 판매 추이는 다음 주 이후 실제 판매와 배송이 이뤄진 뒤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5월 출간된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과 비교하면 높은 판매고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예스24의 판매지수(서점이 개별 집계하는 판매실적 수치로 판매량이 아닌 수량과 주문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수)를 보면 ‘굿바이, 이재명’은 현재 20.4만점, 박 전 대통령의 책은 11.1만점으로, ‘조국의 시간’이 출간 직후 기록한 판매지수 240만점보다 크게 낮다.



책 ‘굿바이 이재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엮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사진=교보문고·예스24).
두 책의 등장이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그리움…’은 이날 오후부터 일반에 판매되면서 전체 내용이 자세히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 관심사는 ‘박근혜의 메시지’이다. 책에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렬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담긴다면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굿바이, 이재명’은 배우 김부선을 변호한 판사 출신 장영하 변호사가 쓴 책이다.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정리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지만, 이 후보에 대한 비판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책을 펴낸 지우출판을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우출판사 측은 출판 결정에 대해 “민주당에 위해를 가하거나 후보자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낙선을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 풍문을 이재선씨 가족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객관적으로 정리했다. 국민의 (대선)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면서 “출판물에 대한 내용 판단은 독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판매수량과 관련해선 “판매량 공개는 적절치 않다”면서도 “많은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해당 서적들이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면 책을 보고 이를 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정치 적극 참여자들이 아닌 사람들이 책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련 서적의 흥행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