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넷플릭스 쿼터제'까지 하는데..韓콘텐츠 시장 붕괴우려
by김현아 기자
2018.05.08 15:05:43
2008년 실명제 이후 급등한 유튜브와 닮은 꼴
이명박 정부, 저작권 삼진 아웃제와 통신사 캐시서버 장착도 유튜브에 날개
넷플릭스,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차원 계약..연 7천억 VoD시장 잠식 우려
유럽은 자국 콘텐츠 30% 이상 쿼터제 추진
공정한 통신망 이용대가와 콘텐츠 수익배분 감시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LG유플러스가 자사 IPTV에서 넷플릭스를 제공키로 하면서 모바일 시장을 유튜브에 내준 데 이어 안방 TV시장은 넷플리스(Netflix)에 내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에선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진출한 지 5년 만에 주문형비디오(VoD) 시장 90%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안방 공략이 논란인 것은 모바일 동영상 시장의 절대강자가 된 ‘유튜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국내 기업에만 적용된 인터넷실명제(제한적본인확인제),통신3사의 저렴한 망 제공(캐시서버 장착 허용)을 무기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위로 자리를 굳혔다.
넷플릭스 역시 LG와 계약하면서 콘텐츠 매출 분담률에서 국내 프로그램제공업체(PP)보다 유리한 조건일 뿐 아니라 캐시서버(cashe server)장착까지 추진돼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3대 기구(집행위원회·의회·이사회)가 자국 문화 보호를 위해 VoD 전체 콘텐츠 중에서 EU 제작 콘텐츠 비율이 30% 되도록 규제하는 ‘넷플릭스 쿼터제’ 도입에 합의했듯이 우리도 법·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기 처방으로는 방송통신 분야 사후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나 경쟁법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통신망 사용료 불공정 문제 △콘텐츠 수익 배분 불공정 문제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평가다.
2008년 말 국내 동영상(UCC) 시장 점유율(페이지뷰 기준) 2%에 불과하던 유튜브는 인터넷실명제 시행을 기점으로 단숨에 15%를 올렸고 현재는 명실상부한 1위다.
인터넷실명제 시행 전 점유율 42%로 1위였던 판도라TV나 34%였던 다음TV팟, 23%였던 아프리카TV는 점유율이 급감했다. 반면 유튜브는 회원 가입 시 ‘국가’를 임의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실명제를 회피해 국내 동영상 사이트에서 이탈한 가입자를 흡수했다.
| ▲인터넷 실명제 시행 전후 국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시장점유율 변동(출처: 유승희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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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친 데 덮친 격으로 2009년 시행된 저작권법 삼진 아웃제는 이용자의 유튜브 이동을 부추겼다. 국내 동영상 사이트들이 실시간 모니터 등 규제 준수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자한 사이, 저작권 공포에 시달린 이용자들은 유튜브로 몰렸다.
여기에 2013년과 2014년 국내 통신 3사는 유튜브에 캐시서버 장착을 허용하는 특혜를 베풀었다.
통신사들로선 유튜브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해외 통신사에 정산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났기 때문이라지만, 결과적으로 유튜브는 통신망이용대가를 국내 기업들보다 낮췄고 고화질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넷플릭스도 LG유플러스에 캐시서버를 두게 된다면 유튜브와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된다. 국내 VoD 시장 규모가 지난해 7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넷플릭스가 10~20%만 점유해도 2000억 원 이상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넷플릭스에서 ‘옥자’ 같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주력은 전 세계 미드, 영드 일드 같은 해외 콘텐츠인 만큼 문화 종속도 걱정이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자국 문화 및 콘텐츠 산업 보호를 위해 넷플릭스 쿼터제를 합의하고 6월에 유럽의회와 이사회에서 투표를 통해 EU 디렉티브에 반영되면 회원국 차원에서 입법화해서 2019년 가을에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2030 세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고려했을 때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빨려들어갈 것은 명약관화하다”면서 “일단 공정경쟁 관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글로벌 OTT에 대비한 법·제도적인 준비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별표4 제5호 제4목 4)의 전기통신사업자간 부당행위 금지기준을 활용해 국내 OTT 기업과 유튜브·넷플릭스간 망이용대가 문제를 형평성 있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조문에선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을 금지행위로 규정하는데, 넷플릭스 등 해외 OTT만 유리한 환경이라면 이는 법에 저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