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한 李총리…투기경고 귓등으로도 안듣는 가상화폐 테마株

by이후섭 기자
2017.11.28 16:29:10

SCI평가정보 상한가…SBI인베스트먼트·손오공도↑
비트코인 랠리+제도권 진입 기대…투자수단 가치 부각
투기 우려 여전…"규제 불확실성 높아 투자 유의해야"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상통화가 투기화 되는 현실”이라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현상이나 병리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에 국내 주식시장 관련주(株)도 들썩이고 있다. 그간 무수히 제기된 거품론이 무색하게도 가상화폐는 연일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투기화를 우려한 만큼 향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CI평가정보(036120) 주가는 전일대비 29.82% 급등한 1415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SCI평가정보는 100% 출자방식으로 설립한 가상화폐 거래소 에스코인을 다음달 6일 오픈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SBI인베스트먼트(019550)와 손오공(066910) 주가도 각각 전날대비 16.02%, 5.36% 급등했다. SBI인베스트먼트와 손오공도 가상화폐 관련 지분투자나 채굴기술 개발 등 호재가 전해지며 강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옴니텔(057680) 포스링크(056730) 비덴트(121800) 한일진공(123840) 등 주가가 가상화폐 관련 이슈에 따라 출렁거렸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무서운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시장 관심을 다시 불러모으고 있다. 가상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사상 최고가인 9700달러(약 1053만원)를 찍으며 1만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량은 올해 최대치인 26조원 이상을 기록했고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만 6조5000억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4만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연말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금이나 주식과 같은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비트코인 선물거래 도입과 새로운 자산군으로의 지위확보는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투기가 아닌 투자수단으로서 가치를 부각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거품 논란 및 투기 우려는 여전하다. 이날 이낙연 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상통화가 투기화 되는 현실”이라며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현상이나 병리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가상화폐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가상화폐 규제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12일 가상화폐 거래량 폭주에 빗썸 서버가 1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일으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거래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화폐 열풍에 휩싸여 코스닥업체들의 무분별한 사업 진행으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사업과 전혀 연관성이 없던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옴니텔은 모바일 플랫폼 및 컨텐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비덴트는 방송장비 제조업체다. 포스링크는 철도 통신장비 설치와 부동산사업을, 한일진공은 진공증착장비 생산을 담당하던 업체다. 더욱이 옴니텔·비덴트·한일진공 등은 3분기 누적 기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일진공은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케이씨엑스(KCX)의 지분 확보 소식을 밝히며 KCX의 자본금을 1조원으로 표기했다가 10억원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가상화폐나 거래소 관련 사업들은 제도적 불활실성이 상당히 높은 산업”이라며 “가상화폐 관련 규제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규제 방향성에 따라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실적은 천차만별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계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가 난립하고 있는데 규제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올 때까지는 사실상 모 아니면 도식의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실장은 “막연히 비트코인이 어마어마하게 오르고 있다고 해서 대박의 환상에 젖어 투자하는 것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주의깊게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