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의회에 "계엄령 연말까지 연장해달라"

by김형욱 기자
2017.07.18 16:20:30

남부 IS계 반군 진압 목적…야당 ''독재자 흉내''에 우려 포명

필리핀 군대가 지난 12일 남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마라위 지역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 의회에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 대한 계엄령을 올 연말까지 연장해줄 것으로 요청했다고 18일 로이터통신이 대통령실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지난 5월23일 2200만명이 사는 민다나오 지역에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있다며 이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분리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의 반군의 영향력이 크며 현재 ‘마우테’와 ‘아부 사이아프’라는 무장단체가 이곳 마라위를 점령한 채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군은 지난 7주 동안 지상 공격과 공중 폭격, 포격을 쏟아부었으나 반군은 여전히 마라위 중심가에 숨어 저하하고 있다. 이 사이 500명 이상이 죽고 26만명이 피난했다. 필리핀 대통령실 대변인 에르네스토 아벨라는 “우리 군이 마감에 쫓기지 않고 마라위를 해방시키고 재건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기간을 가능한 한 연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라위 반란은 취임 1년차를 맞은 두테르테의 최대 위기다. IS를 추종하는 극단주의 사상이 생각보다 더 깊게 침투해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두테르테는 일찌감치 민다나오 지역이 IS에 ‘오염’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 보안 전문가도 남필리핀은 중앙 정부로부터 소외되고 무시된 역사가 있어서 외국 극단주의에 물들기 쉽다고 경고했다. 이곳 주민 대부분은 가톨릭교도이지만 일부 이슬람교도도 있다. 이런 상황 탓에 두테르테의 군사적 대응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지만 일각에선 그가 마라위 인근이 아닌 평화로운 민다나오 전역에 걸쳐 계엄령을 선포한 데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은 평화롭고 외국 기업도 많다는 것이다.

계엄령은 필리핀에서 민감한 이슈다. 1970년대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기억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그는 재임 당시 안보 문제를 과장시킴으로써 반대파를 제압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후 수차례나 마크로스를 칭찬했고 반대파는 그가 폭력적 이미지의 독재자와 비교되는 걸 즐긴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야당 의원 에드셀 라그만은 대중은 헌법에 규정된 계엄령 기한인 60일을 훨씬 넘어서는 이번 요구에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