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잠꼬대, 단순 습관 아닌 치매 전조 신호일 수 있다?

by이순용 기자
2026.05.01 10:37:42

새벽 과격한 잠꼬대, 치매·파킨슨병 전 단계 경고등
잠꼬대 행동 패턴으로 알 수 있는 뇌질환 위험성 경고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노년층에서 나타나는 잠꼬대가 단순한 수면 습관이 아닌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전조 신호일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특히 새벽 3시~5시 렘수면 단계에서 욕설, 공격적 행동이 반복되는 잠꼬대는 뇌 기능 이상과 관련된 렘수면행동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잠꼬대는 누구나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지만, 양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인 잠꼬대는 주로 어린이나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나며, 잠든 지 3시간 이내 깊은 수면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중얼거리거나 짧은 말을 하는 정도로 끝나며, 행동이 동반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치매와 관련이 의심되는 잠꼬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발생 시간이다. 치매 위험이 있는 잠꼬대는 주로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 렘수면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간대는 꿈을 꾸는 단계로, 정상이라면 몸의 움직임이 억제되어야 하지만 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행동의 강도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욕설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손발을 휘두르는 등 공격적인 행동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옆에서 자는 사람을 때리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반복 빈도다. 일반 잠꼬대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치매 위험 잠꼬대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반복성은 뇌 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이에 대해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정상적인 렘수면에서는 뇌간이 근육을 이완시켜 몸의 움직임을 억제하지만, 이 기능이 떨어지면 꿈속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렘수면행동장애가 발생한다”며 “이 질환은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수면학회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를 방치할 경우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증가하며,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위험 또한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라면 위험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수면 중 반복되는 무호흡은 뇌에 산소 공급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뇌혈관 질환과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잠꼬대 증상이 함께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잠꼬대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검사는 수면 중 뇌파, 호흡, 산소포화도, 심장박동,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면 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다. 단순한 잠꼬대인지,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구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특히 노년층에서 새벽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과격한 잠꼬대가 나타난다면, 단순한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잠꼬대는 때로 몸이 보내는 가장 이른 경고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