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중단 위기’ K-전기차, 민관 대응체계 본격 가동

by김형욱 기자
2022.08.25 19:37:03

이창양 산업장관, 민관합동 대응반 구성…내달 방미
IRA 하위법에 韓 기업입장 반영해 피해 최소화 목표
양자 협의 우선…유사시 EU 공조 WTO 제소 카드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제정으로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계에 비상등이 켜지자 정부가 민관의 역량을 총결집한 ‘원팀’(One Team)을 구성해 대응에 나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과 함께 대응전략을 수립해 내달 중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이창양 장관은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주요기업 관계자와 만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미국이 IRA 하위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창의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기업들과 함께 미국 측에 제안할 안을 짜고 수시로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자국 최종조립 전기차로 한정한 IRA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면 한국산 전기차는 7500달러(약 1000만원)에 이르는 보조금(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사실상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는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 전기차 3만2000대를 수출했다. 정부와 업계는 IRA 본격 시행까지 남은 4개월 동안 전방위 양자협의를 진행해 우리 기업의 실질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까지 마친 IRA 자체를 뒤집기 어렵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하위법(시행령·시행규정)에 우리 기업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계산이다. 산업부는 당장 이달 중 안성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을 파견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상무부 등과 물밑 협상을 진행한다. 다음 달에는 이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을 찾는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도 공조한다.

양자 협의를 우선하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우리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유럽연합(EU)과도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IRA 관련 내용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만큼, EU와 함께 WTO 제소 카드로 미국 측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WTO는 현재 대법원 격인 상소 기구가 정지돼 있어 실효에 한계가 있지만, 1심 격인 패널에서 승소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측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산업계는 정부 방침에 적극 공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미 지난 23일 1주일 이상의 장기 일정으로 미국을 출장길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가장 좋은 건 정부 간 양자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이라며 “정부가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