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훈풍에 샤갈 대작, 잇달아 최고가 도전
by김은비 기자
2021.05.24 17:35:49
'이건희컬렉션' 샤갈 그림도 한 몫
케이옥션 5월 경매서 45억 도전
'아트부산'서도 최고가 23억에 팔려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몽환적인 분위기와 밝고 강렬한 색채 등 특유의 스타일로 국내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가 있는 마르크 샤갈(1887~1985). 최근 미술품 시장 훈풍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샤갈의 대작 그림이 잇달아 미술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 판매 최고가에 도전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장 미술품인 ‘이건희컬렉션’에 샤갈의 그림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작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 케이옥션 5월 경매에 출품된 마르크 샤갈의 ‘생폴 드 방스의 정원’, 81×116cm(사진=케이옥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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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은 오는 26일 열리는 5월 경매에 샤갈의 작품 ‘생 폴 드방스 정원’(81×116cm)을 출품한다. 작품의 경매 시작가는 45억원으로 국내 경매에 소개된 샤갈 작품 중 최고가다. 국내 경매사에서 거래된 샤갈의 작품 중 이전 최고가는 2019년 11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 37억6000만원에 낙찰된 ‘파리의 풍경’(131.5×162.3cm)이다.
샤갈의 그림은 앞서 이달 14~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올해 ‘아트부산’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려 이번 경매 결과에 더욱 관심이 주목된다. 올해 ‘아트부산’에 처음 참가한 서울옥션 홍콩 갤러리 SA+는 마르크 샤갈 작품 ‘꽃다발(81×65㎝)’을 200만달러(약 23억원)에 팔았다. 윤현식 SA+ 디렉터는 “샤갈 그림이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수도 없고, 이번 출품작이 ‘이건희컬렉션’ 샤갈 그림 작품과도 비슷해서 현장에서도 컬렉터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작품은 페어 두번째날인 15일 판매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샤갈의 작품이 경매나 아트페어에 나오는 것은 드문일은 아니다. 샤갈의 작품이 국내에서도 여러차례 전시를 통해 소개됐고, 국내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인기있는 해외 거장 중 한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갈의 대작이 짧은 기간안에 국내 미술품 시장에 잇달아 나오는 건 이례적이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샤갈의 작품은 1년에도 5~6번 나올 정도로 자주 나오지만 2억 정도의 작은 작품이 대다수”며 “수십억을 하는 큰 작품이 출품된 건 2017년 4월 ‘결혼과 서커스’(81×60㎝)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 | 최근 삼성가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컬렉션’ 중 하나인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1975), 92×73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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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된 작품이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작품이 최근 이 회장의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컬렉션’의 샤갈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은 샤갈의 ‘붉은꽃다발과 연인들’이다. 작품은 1975년, 샤갈이 프랑스 남부 니스 지방의 생 폴 드 방스에서 그린 것으로,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벨라루스 비테프스크의 풍광을 담았다. 생 폴 드 방스는 샤갈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1985년 죽기 전까지 화가로서의 여정을 함께 했던 곳이다. 이곳은 ‘샤갈의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생 폴 드방스의 정원’역시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과 비슷한 시기인 1973년 이 지역에서 그린 작품이다. 손 이사는 “샤갈의 작품은 원래도 인기가 높았지만, 이번 작품은 ‘이건희컬렉션’에도 포함됐을 정도로 중요한 시기의 작품이다보니 더욱 기대가 높은 건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케이옥션 경매는 최근 미술품 시장 호황에 힘입어 국내 대표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나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앞둔 정상화의 작품 7점이 출품된다. 2013년작 ‘무제 013-11-20’의 추정가는 3억5000만~5억원이다. 박서보의 ‘묘법 No. 1-79-81’은 추정가 10억~13억원에 출품된다. 김환기의 1973년 뉴욕시대 전면점화도 오랜만에 시장에 나왔다. 종이에 유채로 그린 것으로, 추정가는 4억~6억원이다.
| | 올해 ‘아트부산’에서 최고가에 판매된 샤갈의 ‘꽃다발(Le Bouquet, 1982)’, 81×65㎝(사진=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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