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로비’ 이종호, ‘휴대전화 파손 지시 혐의’ 전면 부인

by성가현 기자
2026.01.19 15:58:55

이종호 “오래된 휴대폰 버렸을 뿐…후배가 밟은 것”
증거 가치 없어 돌려받았다 주장…특검 “말이 안 돼”

[이데일리 성가현 기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휴대전화 파손·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피의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는 19일 오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표와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지인 차모 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차씨에게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에서 휴대전화를 밟아 파손 및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표가 먼저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졌고, 차씨는 이를 여러 차례 밟아 부순 뒤 200m 가량 떨어진 농구장 휴지통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기존 휴대전화를 압수 당한 뒤 과거 휴대전화 사용하다 이에 저장된 통화 내역, 메시지 등 정보가 증거로 활용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 전 대표가 관련 사건 증거를 감춰뒀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그를 미행하다가 범행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파손한 휴대전화는) 이 전 대표의 배우자가 사용했던 전화기이며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특검 측에서 증거가치가 없다고 돌려줬다”며 “특검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이 전 대표가 숨겨놓고 사용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전화기는 5일간 사용했고, 압수된 전화기를 돌려받으면서 필요가 없어지자 증거로서 가치가 없어 파손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파손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을뿐더러 만약 범행이 인정된다고 해도 자신에 대한 증거인멸이기 때문에 증거를 파손한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의미가 없는 휴대전화를 왜 파손했는지’ 묻자 이 전 대표는 “차씨에게 전화기를 매매하라 했는데, 10년이 넘은 전화기라 제 가격을 못 받는다 해 차량 옆에 버렸다”며 “이를 후배가 발로 밟아서 깨고 버린 것”이라 답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당시 특검이 휴대전화를 증거 가치가 없다고 돌려줬다는 주장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검 측은 “피고인의 자택과 차량에서 유의미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딘가 증거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행한 것”이라며 “(휴대전화를) 돌려줬다는 주장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차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구형 휴대전화 18대를 확보했다”며 “전체적인 정황을 봤을 때 자택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했는데 압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차씨는 이 전 대표로부터 생활비를 보조받아 경제·심리적으로 예속돼 있으며 상하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차씨의 변호인이 동일한 점을 들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월 5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과 피고인 측 증인 신청 정리를 마친 뒤 정식 재판을 진행할 전망이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해 11월 두 사람에 대해 약식기소했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에 벌금 500만원, 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하며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정식 공판절차에 회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해도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