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증시 오를땐 "내 덕분"…폭락하니 "난 주식 안 봐"

by방성훈 기자
2025.03.11 15:44:37

경제성과 홍보 때마다 美증시 상승 자랑하던 트럼프
폭락하자 돌변…"중국은 100년 내다봐" 핑계까지
트루스소셜엔 2기 정부 칭찬글 100개 이상 올려
"역설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 많다는 의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주식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더 높아졌을 때 정권을 넘겨준 것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놀라운 업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집권 1기 때의 경제 성과를 과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두 번째 임기에서도 그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프라이오리티 서밋’에서도 “앞으로도 주식시장은 (계속) 좋을 것”이라고 낙관하는가 하면, 앞서 취임 전날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미 대선 이후 약 3% 상승한 것을 “트럼프 효과”라며 스스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달 6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 유예 결정이 증시 하락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심지어 난 주식 (시장)을 보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지난 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주식시장을 너무 신경써선 안된다. 중국의 경우 100년을 내다본다”며 변명거리를 찾는 모습까지 보였다.

첫 집권 때나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집회에서 “증시가 오른 것은 모두 내 덕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했던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필요할 때에만 자신의 성과로 끌어다 쓰는 전형적인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홍보 방식이라고 미 언론들은 꼬집었다.



결국 시장은 “관세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경제를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무차별적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10일 S&P500은 지난해 9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나스닥은 하루 기준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1조달러의 가치가 사라졌다. 그동안 미 증시 상승을 주도해 온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의 시가총액은 7740억달러(약 1128조 5700억원) 증발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취임 이후 50일 만에 구체화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낙관적인 투자자들이 전망을 뒤집은 결과”라며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추가 관세, 중국에 대한 10+10% 추가 관세 발표 이후 보복관세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 하락이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100개가 넘는 게시글을 올렸다. 10일 정오 직전 6분 동안 무려 25개의 게시물을 게재하더니, 장 마감 이후 오후 6시까지 107개의 게시글을 쏟아냈다. 1분에 1개꼴로 글을 올린 셈이다. 말 그대로 ‘게시물 폭탄’으로 대부분은 2기 행정부를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이 역설적으로 그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증시 폭락에 매우 민감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추가 관세 25%, 내달 2일 상호관세 및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까지 발효되면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BC는 “일부 미 제조업체들의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