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알리바바 유럽 물류 허브 감시…"스파이 활동 우려"

by방성훈 기자
2023.10.05 17:10:12

벨기에 정보당국, 2년전 운영 시작한 물류 허브 감시
물류 허브 SW 이용한 스파이 활동 가능성 주목
"中, 기업 데이터 공유 강제…비상업적 이용 능력 보유"
전문가 "소비·물류 정보, 中공급망 장악 노력에 도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벨기에 정보당국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유럽 물류 허브를 감시해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물류 허브를 통해 스파이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국가안보국(VSSE)은 리에주 화물 공항에 위치한 알리바바의 물류 허브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이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스파이 활동 및 방해 활동’을 탐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에주 물류 허브는 알리바바의 유럽 내 유일한 물류 허브로, 2018년 알리바바와 벨기에 정부 간 협약에 따라 1억유로를 투자해 구축됐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유럽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운영은 알리바바 자회사인 차이냐오가 맡고 있으며, 운영을 시작한지는 거의 2년이 다 돼간다.



VSSE는 알리바바가 민감한 경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스파이 활동에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법률에서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당국 및 정보기관과 공유토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특히 벨기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곳이어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가 크다. VSSE는 “(벨기에에) 알리바바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면서 “중국은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알리바바가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할 의도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소프트웨어가 유럽 내 물류 공급망을 파악하고,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등을 살피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브뤼셀 자유대학의 조나단 홀슬래그 교수는 “소비 패턴의 중요한 변화 및 물류망에 대한 지식은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중국에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도 물류 허브를 통해 수집된 현지 분위기나 유럽 무역·물류 관련 데이터가 중국 당국에 보고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리바바 측은 “어떠한 불법적인 일도 한 적이 없다”며 스파이 활동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차이냐오는 EU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을 언급하며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는 우리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며 “우리는 GDPR을 포함한 모든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