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사건' 정조준…암초 만난 조희연

by오희나 기자
2021.05.11 17:58:52

공수처, 조 교육감 특채의혹 사건 ''2021 공제 1호'' 지정
서울시교육청 "하필 1호 사건…당혹스럽다" 우려
법조계 "부정부패 사건 아닌데…공수처 작동 옳은가"
조희연 "공수처 균형있게 판단할 것"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사건’으로 결정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정조준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 3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조 교육감이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해직 교사를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첫 수사 대상이 됐다.
11일 교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감사원이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경찰로부터 이첩받아 사건번호 ‘2021년 공제 1호’를 부여했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규정한 셈이다. 공수처는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에 수사개시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에는 선거로 선출된 교육감도 포함된다.

공수처는 2018년 11월30일 공고된 중등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조 교육감이 직권을 남용해 전교조 출신 등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2018년 6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그해 7월 전교조 서울지부와 서울시의회 의원들로부터 5명의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할 것을 요구받고 관련 부서에 이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부교육감과 담당 국·과장 등이 반대했으나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단독 결재해 특별채용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채교사 5명중 1명은 같은 해 6월 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조 교육감과 단일화해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나머지 교사 4명은 당시 법외노조였던 전교조 소속으로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자신들이 교육감 후보로 추대한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불법 선거운동 및 선거자금을 모금해 해당 후보에게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250만원 형이 확정됐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을 5명 해직 교사를 불법 채용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관련 수사 참고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공했다. 이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으며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서는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검찰 비위를 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다르게 조 교육감을 첫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배경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칼을 빼든 사건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조 교육감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내부적으로는 의아하다는 분위기”라며 “공수처로 넘어온 굵직한 사건이 많은데 기소권도 없는 사건이 1호라니 만만한 교육계 사건을 고른 것은 아닌지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페이스북을 통해 “평생을 민주화와 사회정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살아온 조 교육감이 공수처의 1호 사건으로 입건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공수처를 만든 목적이 고위공직자 법을 어긴 중대범죄 수사인데 이번 발표를 보면 어디에서도 ‘중대범죄’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공수처가 조 교육감 사건을 1호로 정한 것을 두고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사원의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공수처가 끼어들 여지가 적은데다 기소권도 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는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에 대해서만 공소권을 가져 조 교육감을 수사해도 결국 검찰에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부해야 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인 문제점을 감안한다면 조 교육감 사건을 ‘1호’로 정했다는 것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 사건은 부정부패가 연루된 사건이 아닌데다 감사원의 조사도 마무리돼 경찰이나 검찰 수사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데 권력형비리수사를 담당하는 공수처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의미에서 보면 사안 자체가 다른 사건에 비해 가벼운데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작동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한번 더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며 무혐의를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면서 “해직교사나 해고노동자의 복직은 시대적 과제”라며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적 과제에 대해, 또 절차에 대해 공수처가 균형 있게 판단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한 ‘3선 도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교육계에서는 조 교육감이 ‘최초 3선 서울시교육감’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감사원에 이어 공수처까지 나서면서 선거 전까지 의혹을 걷어내기 쉽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감사원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3선 도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