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끊길라"…중국소비株, 관광규제 움직임에 `털썩`

by이명철 기자
2016.10.25 16:04:56

중국 정부 “관광객 20% 줄이고 한국 쇼핑 제한하라”
실적 우려…화장품·면세점·여행·항공株, 전방위 폭락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배터리·콘텐츠 등 자국 유입 상품에 대해 규제를 내걸었던 중국 정부가 이번에는 아예 한국을 찾는 관광객(일명 유커)까지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이 휘청했다. 화장품이나 면세점 등 중국 관련 매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소비주들은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게 반영된 것이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 주가는 전일대비 7.12%, 8.32% 각각 급락한 34만5500원, 84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인 한국콜마(161890)와 코스맥스(192820) 주가는 각각 8.26%, 8.49% 내렸다. 이밖에 한국콜마홀딩스(024720), 한국화장품제조(003350), 토니모리(214420), 코리아나(027050), 에이블씨엔씨(078520), 연우(115960) 등도 최고 11%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호텔신라(008770)(-6.94%)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027390)(-2.99%) 등 중국인들의 제품 구입 경로인 면세점 업체 주가도 울상을 지었다.

화장품과 면세점뿐만이 아니다. 중국 고객 비중이 큰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 주가도 이날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GKL(114090) 주가는 전날보다 6.80%, 파라다이스(034230) 5.02% 각각 떨어졌다. 유커를 실어 나르는 항공주와 여행주 역시 하락 마감했다. 대한항공(003490)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에도 소폭 내렸고 아시아나항공도 3%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하나투어(039130)(-8.04%)와 모두투어(080160)(-5.07%) 주가 역시 타격을 입었다.



중국 소비주 주가가 하루새 크게 하락한 이유는 중국 정부가 유커에 대한 규제에 나설 움직임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유커 숫자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일 것을 각 성의 여행사들에 하달했다. 이달말까지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고 저가 단체 판촉관광 자제, 한국 쇼핑 1일 1회 제한 등을 만들어 이를 어길 경우 30만위안(약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중국인의 국내 입국자 수가 양호하다는 통계가 발표된 후 나온 소식이어서 시장에 미친 충격은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9월 중국인 입국자수는 73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3% 성장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1~7일)에도 25만명 가량이 한국을 찾은 것으로 추정돼 이달에도 중국인 관광객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같은날 중국인 관광객을 줄이겠다는 중국 정부의 ‘엄포’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단지 저가 여행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목적일 뿐 우려가 다소 과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국가 여유국 통지의 목적은 저가 여행상품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언론에 보도된 여행객 20% 축소, 일반 소비액 600위안 이하 규제, 쇼핑센터 방문 1회로 제한 등의 내용은 실제 정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전에도 규제를 시사하며 중국향 매출에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에 부담을 지우곤 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지적이다.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의 경우 중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음에도 현지 정부의 안정성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한류 콘텐츠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에 한때 CJ E&M(130960) 등 콘텐츠업체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 움직임은 정치적으로는 사드 배치의 기정사실화에 대한 항의 표시이고 경제적으로는 저가 여행을 규제하면서 해외 소비를 줄여 내수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유커 방한을 규제할 경우 충격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