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은 침대 밖에"…스마트폰 중독 탈출 5계명

by이수빈 기자
2021.08.30 22:30:56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재택근무, 디지털 의존 심화
SNS 중독 벗어나는 ''디지털 거리두기'' 주목
9월 5일 ''디지털 디톡스 데이''...SNS 부정적 영향 알리고 올바른 사용 독려

"SNS를 볼 때마다 지친다"

임모(26세)씨는 최근 들어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며 피로감이 심해졌음을 토로했다. 임씨는 "SNS를 보며 계속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우울해지는걸 알면서도 습관이 돼서 계속 보고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SNS 화면을 계속 보고 있다는 걸 얼마 전 깨달았다"고 말했다.

SNS 등 디지털 환경의 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비단 임씨 뿐만이 아니다. 직장인 김윤정(27)씨는 "휴가를 가서도 회사 메신저를 확인했다"며 "수시로 업무 연락이 왔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업무의 일환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관리하고 있는 강모(27)씨 역시 밤낮없이 쏟아지는 메시지로 인한 피로함을 호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에는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3%가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사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그중 SNS 등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48.6%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며 소속감, 연결감을 느끼기 위해 SNS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는 SNS 소통 의존도를 높였다.

스마트폰 중독이나 디지털 중독은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스몸비 △포모 증후군 △노모포비아 △팝콘브레인 등 과 같은 신조어들이 등장할 정도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81.9%에 달했다. 같은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23.3%로 전년대비 3.3%p 증가했다.

(사진=이수빈 기자)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졌다.

2030세대들이 디지털 중독과 퇴근 없는 모바일 메신저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택트'가 아닌 '디지털 거리두기'에 나선 이유다.

8월 초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 김정아(25세)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고, 각종 규제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8시간까지도 늘어나 디지털 환경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며 디지털 디톡스 시작 배경을 전했다.

한 달 가까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고 있는 김씨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장기적으로 실천 방법 4가지를 소개했다. △ 메신저 카카오톡은 지우지 말 것, 그 외 SNS는 지울 것 △ 스마트폰의 기능을 대체할 물건을 마련할 것(ex. 수첩, 책 등) △ SNS는 스마트폰이 아닌 PC나 노트북으로 확인할 것 △ 실천 여부를 매일 기록할 것 등이다.



김씨는 이와 같은 디지털 디톡스 실천을 통해 ”시간 관리가 수월해졌고, 계속된 연결의 피로도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집중을 깨는 SNS 사용이 줄어 업무 효율이 늘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김씨는 디지털 디톡스가 무엇보다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핸드폰 배경화면에 사용 시간을 측정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조절하고 있다는 이유진(29)씨는 "습관적으로 어플에 들어가기도 하고, SNS를 통해 접하는 광고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해 디지털 거리두기를 결심했다"고 답했다.

이씨는 디지털 거리두기를 하며 "맛집찾기 등 일상 생활에서의 검색 또는 SNS 할인 이벤트 등을 이용 못하는 점이 불편하긴 하지만 디지털 거리두기로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 현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답했다.

블로그에 꾸준히 디지털 거리두기 후기를 쓰고 있는 최규림(28)씨는 "디지털 거리두기의 효과로 자기 효능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도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얼마든지 내가 사용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밖에 SNS를 할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주변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든 것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사진=최규림씨 제공/instagram.star_forest_)

디지털 거리두기는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캠페인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정신건강 비영리단체인 IAMWHOLE과 유튜버 조이 서그(Zoe Sugg)는 '디지털 디톡스 데이'를 만들고 홍보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SNS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인지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시작됐다.

매년 9월 5일을 디지털 디톡스 데이로 지정하고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9월 4일 손바닥에 원을 그린 뒤 중앙에 'OFF'를 적은 사진을 해시태그(digitaldetoxday)와 함께 SNS에 올린 후 9월 5일 하루 SNS 없는 생활을 하면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디지털 거리두기를 위한 구체적 행동 수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침대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지 않을 것 △이메일 계정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을 멈추고, 이메일 계정에서 로그아웃 할 것 △SNS와 모바일 메신저의 알람 기능을 꺼둘 것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대신 종이책을 볼 것 △온라인 접속 시간을 측정해 통제할 것 등 5가지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