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론’에 확 달라진 文대통령, ‘말할 때 아니다’서 ‘국민도 공감' 변화

by김정현 기자
2021.06.02 18:15:46

文대통령, 한미회담 일등공신 4대그룹과 첫 오찬회동
최태원 “(사면) 고려해달라” 文대통령 “고충 이해한다”
광복절 특사 가능성…가석방 언급도 ‘솔솔’
文 “기업 앞서가는 결정 없었다면 오늘이 없어”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에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 당장 광복절 사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과 오찬 회동을 하고, 대표 3명의 잇따른 사면 건의에 이 같은 반응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에서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최태원 SK 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은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더불어 사면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지난 1월만 해도 문 대통령은 사면에 대해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지난 4월 27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경제 5단체의 이 부회장 사면건의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바뀐 기류가 포착됐다.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사면 관련 질문에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판단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서는 “경제계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면서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당위성을 직접 설명했다.

이후 청와대의 기류는 바뀌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 “경제계나 종교계, 외국인 투자기업들로부터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사면은) 어떤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국민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날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는 발언은 지난달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 것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정계와 재계, 시민단체, 종교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서까지 이 부회장 사면 건의가 잇따랐고 여론조사에서 국민 70% 정도가 사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문 대통령도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당장 광복절 사면론이 대두되고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한다면 광복절·추석·성탄절 특사 등이 예상돼서다. 특히 이 부회장의 형기가 내년 7월까지인 만큼 시기적으로 광복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가석방 가능성도 있다. 형법에 따르면,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을 채운 수형자는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무부 예규로는 기준을 복역률 65%가량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형기의 3분의 2 이상이 지나고 교정 성적이 양호한 수형자들이 가석방으로 출소한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재계의 지원사격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관계가 최첨단 기술, 최첨단 제품에서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이렇게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것이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면서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도 아주 뜻깊었다. 우리 4대 그룹으로서도 미국에 대한 진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와서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수소차와 전기차의 연구와 생산을 주도해 왔으며, 배터리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해운과 조선에 투자한 것도 이제 빛을 보고 있다”며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 정부도 역할을 했지만 기업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최 회장님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부터 시작해서 공동 기자회견, 그리고 맨 마지막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는데, 정말 아주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총수들도 화답했다.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역대 최고”라면서 “워싱턴에 남아서 현지의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져서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은 후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LG 대표를 맡은 지 3년째,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듣고 대처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이번 방미로 미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파운드리 공장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 방미로 인해 삼성의 대미 협력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