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운동 집결지 된 日대사관…이틀에 한번 꼴 집회
by황현규 기자
2019.08.12 14:56:40
한달 간 대사관 인근 주요 집회 22건
아베 정부 규탄 항의전화 꾸준히 접수
경찰, 대사관 상주 경비 인력 2배로 확충
"대사관 향한 감정적 운동 역효과 우려" 지적도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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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일본 보이콧’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주한 일본대사관이 반일운동의 집결지가 되고 있다. 일본대사관에 협박 전화가 이어지는가 하면, 인근에서는 자해와 대규모 반일 집회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대사관이 한·일관계의 상징인 만큼 대사관을 향한 과격한 반일 운동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신고 접수된 서울 일본 대사관 앞 주요 반일 집회는 총 22건이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 경찰에 따로 신고하지 않는 기자 회견과 1인 시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 열린 ‘아베 규탄 4차 촛불 문화제’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당시 집회 참가자는 총 1만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광복절인 오는 15일에도 일본대사관 앞에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일본대사관에 직접 항의 의사를 표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22일 한국 대학생 6명이 부산 일본영사관에 진입했다가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몰래 건물에 진입해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내용 등이 담긴 플래카드와 함께 ‘아베는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심지어 일본에 항의하기 위해 대사관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19일 70대 남성이 새벽 일본대사관이 입주해 있는 건물 현관 앞에서 탑승 차량에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정확한 건수를 말할 수 없지만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전화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사죄 촉구 및 전범 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욱일기와 아베 총리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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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사관이 반일 운동의 집결지로 꼽히는 이유로는 일본 정부와 직접 연관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곳에서 ‘유니클로’ 배송 거부 운동을 이끌었던 전국택배연대의 김태완 노조위원장은 “일본에서 임명한 정부 인사가 상주하는 장소가 대사관”이라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대사관을 통해 아베 정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대사관 측도 사고 대비에 신경쓰고 있다. 대사관 관계자는 “반일 감정이 심화하면서 불미스러운이 생기는 것을 일을 막기 위해 외교부 등의 공식 통로를 통해 보안·경비 강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 일본대사관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는 대사관 상주 경비 인력을 2배로 늘렸다. 또 반일 집회 시 다른 집회에 비해 2배 이상의 경력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본대사관을 향한 과격한 항의 표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대사관이라는 정부 기관을 향한 국민들의 감정적인 분노는 오히려 일본 내 여론을 악화시킬 여지가 크다”며 “폭력·비하 등을 통한 반일 운동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민간 교류 강화와 정부의 협상 등을 통해 현재의 한·일 갈등을 풀어나갈 방법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