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 반도체공장 송전탑 갈등.."5년 만에 풀렸다"

by양희동 기자
2019.03.12 15:53:23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부분 지중화로 봉합
한전-주민대책委-삼성전자 12일 MOU 체결
평택 반도체 라인 추가 증설 전력 문제 해소
안성시 서명 불참..협력업체 공단 유치 원해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005930) 평택 반도체공장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정상화될 전망이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자유한국당·경기 안성시)의 중재로 한국전력(015760)과 삼성전자, 안성시 원곡면주민대책위원회(주민 대책위) 등이 산악 구간 1.5㎞를 지중화(땅에 매립하는 방식)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필요한 추가 비용 약 480억원은 삼성전자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그동안 송전선로 지중화 문제를 둘러싼 주민 반발로 5년이나 중단 돼 왔다. 이로 인해 평택 반도체 라인 증설이 전력 문제로 지연돼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한전과 삼성전자, 주민대책위 등은 12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3곳의 대표자들은 김 위원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여 핵심 쟁점이었던 ‘원곡면 산하리 구간 송전선로 지중화’ 문제에 합의했다.

중재안은 주민이 지중화를 요구한 원곡면 산하리 1.5㎞ 구간에 대해 △임시 가공선로와 지중화 사업을 동시에 추진 △공사기간이 짧은 임시 가공선로가 2023년 건립 뒤 송출 시작 △2025년 지중화 사업이 완공되면 임시 가공선로는 즉시 철거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총연장 23.86km에 달하는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사업비 3490억원을 전액 부담하고 추가로 지중화 건설에 드는 비용(482억원)도 내기로 했다.

김학용 위원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고덕 단지의 운영 차질을 없애고 지중화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다가 1.5㎞까지는 직선으로 지중화가 가능해 중재안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전선로 건설 재개로 전력 공급문제가 해결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착공한 약 30조원 규모의 반도체 2라인 투자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송전선로가 완공되면 고덕 산단의 전력공급량이 600㎿(메가와트)에서 2000㎿로 세 배 이상 확대돼 향후 3·4라인 건설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덕 산단은 전체 부지가 축구장 400개(289만㎡) 크기로 2017년 7월부터 가동 중인 1라인을 포함해 총 4개 라인을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현재는 2라인 외관 공사가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를 대표해 협약식에 참석한 김창한 전무도 “합의를 이끌어준 한전과 주민 대책위, 김학용 위원장 등에게 고맙다”며 “반도체 사업을 잘해서 국가 및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상생협력’ 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선 한전과 삼성전자, 주민 대책위 등이 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김종수 안성시 산업경제국장, 김학용 국회의원, 김창한 삼성전자 전무, 김봉오 안성시 원곡면 송전선로대책위원장, 김종화 한전 경인건설본부장, 유광철 안성시의원.
하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안성시가 다른 3곳과 함께 MOU에 서명하지 않고 행정적 지원을 약속하는 수준에 그쳤다. 안성시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의 1~2차 협력업체들이 안성지역에 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수 안성시 산업경제국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고덕 산단으로 가는 송전 선로가 안성시를 지나면서 송전탑이 27개 들어서는데 용인과 평택은 지중화돼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꼈다”며 “삼성이란 큰 회사의 1~2차 벤더를 안성에 유치하면 지역 주민들이 직장을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시는 피해보상 대안으로 평택과 경계지역에 있는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해 협력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산업단지 조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중재안을 마련한 김학용 위원장도 “해당 지역은 고덕 산단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고 땅값도 싸기 때문에 1~2차 벤더 단지로 만들면 도움이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성시가 MOU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협력업체 공단 조성을 약속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 부분이 향후 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