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용적률 500% 믿고 ‘재건축추진위’ 출범…실현가능성은?

by강신우 기자
2022.04.14 16:24:16

1기신도시 단지들 리모델링→재건축 선회 움직임
분당 재건축 단지 집값 들썩..시범한양 신고가 매매
하지만 인수위서 용적률 500% 감감 무소식
아파트 말고 다세대·연립 등에 적용될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안양 평촌 신도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용적률 법적 상한 500%’를 기정사실화한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리모델링 조합이 꾸려졌지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건축 가능성이 커지자 비대위 측에서 재건축 추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리모델링을 진행하던 단지들도 재건축이 가능하다. 기대감은 재건축추진위 출범 등으로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평촌 신도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과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이 동시에 걸려있다.(사진=강신우 기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성남 분당신도시 주민들이 시에 ‘재건축 추진’을 위한 도시계획 조기 수립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성남시의 현행 ‘2033 도시정비기본계획’에 분당은 재정비 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며 “재건축 할 수 있도록 분당의 정비기본계획부터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은 분당의 재건축 단지들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분당구 시범한양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5일 신고가인 16억 원에 팔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2주차(11일 기준)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라 11주 만에 상승전환했다.

윤 당선인의 정비사업 관련 공약을 보면 △민간 재건축단지 용적률 500% 상향 △역세권2·3종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상향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물량은 기부채납 받아 공급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재건축정밀안전진단 구조안정성 비중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등이다.

그렇다면 1기 신도시 주민들의 기대대로 윤 당선인의 공약은 실행될 수 있을까. 부동산TF에서는 안전진단과 재초환 완화와 관련한 공약사항에 대해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까지 용적률 500% 상향과 관련한 소식은 전무한 상황이다.



인수위 내에서도 부동산 관련 공약은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 중간발표는 하지 않기로 한만큼 이르면 이달 말이나 돼야 국정과제가 제시될 전망이다. 다만 국정과제로 용적률 500% 상향과 같은 구체적인 공약사항까지 언급할지는 미지수다. 이 역시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값 자극을 우려해 발표 시기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든 아파트에 대해 일률적으로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면 정비사업 이후 일조권이나 사생활 침해, 교통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상업지역에 용적률 499%로 지은 수원 ‘화서역 파크푸르지오’(아파트 2355가구+오피스텔 458가구)는 고밀도로 짓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닭장 아파트’ 논란이 일기도 했다.

1기 신도시의 한 재정비사업 담당 공무원은 “당선인이 언급한 500% 용적률 상향은 현실적으로 볼 때 1기 신도시의 아파트에 적용한다기보다는 역세권의 다세대나 다가구, 연립 등의 주택을 재개발할 때 500%의 용적률을 주고 늘어난 용적률의 50%는 기부채납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용적률 500%의 4종주거지역 신설과 관련해 “선거국면에서만 용인되는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어 “도시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면 교통이나 주변환경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며 “용적률 500%라는 숫자는 (도심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 표현일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모든 아파트 단지에 용적률 500% 상향을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처럼 지역발전에 필요성이 높은 곳에 상당 규모의 공공기여(기부채납)의 반대급부로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는 곳이 일부 있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