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보다 높은 CPTPP 농식품 개방률…"먹거리 주권 포기" 반발

by이명철 기자
2021.12.13 17:29:56

對회원국 농식품 수입액 전체 25%…대부분이 농축산품
관세철폐·인하로 수입산 공세 우려…비관세 장벽도 위태
핵심품목 보호 예상…국내 보완대책·기금 등 피해 지원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공식화 됐지만 실제 가입까지 난관은 적지 않다. 역내 관세 철폐·완화와 비관세 장벽 해소에 따른 농축수산물시장 개방은 국내 농어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농어업인 등 이해관계자와의 사회적 논의와 대응책 마련을 통한 피해 최소화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수출국가·품목 다변화와 GVC 변화 대응이라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이에 상응하는 농어업계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7년 CPTPP 회원국으로의 농식품 평균 수출액은 21억달러로 전체에서 32.8%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평균 수입액은 전체 25.0%인 77억달러다. CPTPP 가입 시 한국의 대(對)회원국 수출 증가도 기대되는 요인이지만 호주·캐나다·뉴질랜드·칠레·멕시코·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대표 농산물 수출국들의 시장 개방 확대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 분야의 관세 철폐 범위는 확대가 예상된다. 한국 농식품 HS 코드 기준으로 현재 회원국들의 농축산물 평균 관세철폐율(자율화율)은 96.3%에 달한다. 이는 한국이 회원국 중 9곳과 체결한 FTA 농식품 평균 자율화율 78.4%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기존 FTA 협정보다 CPTPP 회원국 간 농식품 개방의 폭이 더 넓다는 의미다.

CPTPP 회원국 중에서 수입 비중이 가장 큰 호주는 쇠고기·밀·보리 등을 주로 수입한다. 베트남에서는 커피·과실, 캐나다는 펄프·돼지고기·밀 등을 들여오고 있다. 추가로 새로운 품목의 관세율이 철폐되거나 낮아질 경우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기존 세계무역기구(WTO)보다 대폭 강화된 CPTPP 규범들은 비관세 분야에서 큰 부담을 지게 된다. 동식물 위생검역(SPS) 분야가 대표적이다.

우선 지역화 개념을 농장 단위로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까지 특정국에서 가축전염병이나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 전체 수입을 금지했지만 앞으로는 농장별, 품종별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더라도 독일 전체 돼지고기가 아니라 제한적으로만 수입을 금지해야 하는 셈이다.

SPS 조치 동등성 인정 조항도 있다. 이는 수입국이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제시할 때 수출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해 수입 농산물 진입에 대응했던 기존 방침의 전면 재수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밖에도 수산보조금과 국영기업 지원, 디지털 동상 등 분야에서도 국내 제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CPTPP 회원국간 FTA 체결 및 2015~2017년 평균 농식품 수출입 동향. (이미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부는 우선 초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양허 제외나 저율관세할당(TRQ) 등을 활용해 보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관련 정상회의에서 핵심 민감품목(쌀·고추·마늘·양파·사과·배 등)과 민감품목(바나나·파인애플)은 양허를 제외한 바 있다.

현재 농어업계 대상으로 진행 중인 FTA 국내 보완대책이나 피해 회복 지원을 위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등도 활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들 대책을 통해 피해 분야 지원과 생산성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CPTPP 가입을 신청한 것은 아니며 이제 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 검토에 착수한 단계”라며 “농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