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는 동두천시민 두번 죽이는 것"

by정재훈 기자
2024.10.17 17:06:38

50년 동두천시민 이덕만 市경제문화국장 주장
"성병 확산 방지 격리시설로 코로나 격리와 같아…민간단체 인권 유린 주장은 사실 아냐"
"동두천시민 ⅔ 철거 찬성…더이상 과거 그늘 갇힐수 없어"

[동두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동두천시민들은 하루 빨리 눈 앞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성병관리소인데, 일부 단체들이 철거를 가로막는 것은 동두천시민들을 두번 죽이는 것”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6살의 나이에 부모와 함께 동두천에 이사와 거의 평생을 동두천에서 살고있는 이덕만 시 경제문화국장의 말이다.

이 국장은 시청 소속 공직자에 앞서 50년 넘게 동두천에서 살아온 시민으로서 17일 기고문 형식의 글을 내고 최근 성병관리소 철거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몇몇 민간 단체들은 30년 가까이 방치된 동두천의 성병관리소 보존을 요구하면서 동두천시민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던 기지촌의 굴레를 다시 씌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치된 성병관리소.(사진=동두천시)
시에 따르면 성병관리소는 1970년대 성병에 걸린 환자를 위한 의료 시설로 감염률 높은 성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 목적의 격리시설이었다.

이 국장은 “성병관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격리시설을 운영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공중보건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다”며 “치료 기간 동안 면회 등 자유로운 활동도 허용된 만큼 단체가 주장하는 인권 유린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병관리소가 운영되던 당시 동두천시는 민간 자생 조직인 민들레회와 함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해서 협의했으며 이는 당시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덧붙였다.

1996년 성병관리소가 폐쇄된 이후 이곳이 청소년들의 비행 장소로 전락하는 등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시민들은 성병관리소의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시는 개인이 소유하던 성병관리소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소요산 확대 개발 정책을 추진하기로 하고 두차례의 설문조사에서 평균 3분의 2가 넘는 시민들의 철거 찬성 의견을 토대로 철거를 추진했다.

그러던 중 민간단체가 성병관리소의 철거 계획을 막아섰다.

이 국장은 “많은 동두천시민들은 기지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동두천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숨겼고 이를 동두천의 반대말인 ‘천두동’이라고 부르며 부끄러워했다”며 “성병관리소는 장기간 방치된 과거의 상처로 지역 주민들에게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고 토로했다.

이덕만 국장은 “과거 조선 총독부가 역사의 일부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철거되었던 것처럼 성병관리소도 시민들의 수치와 오욕의 상징을 지우기 위해 철거돼야 한다”며 “동두천시민들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만큼 더 이상 과거의 그늘에 갇히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어두운 역사를 마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