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대표들 줄소환…플랫폼, 탄소중립에 '답정너' 국감우려

by김현아 기자
2021.09.28 18:28:05

정부 기관 실정 지적보다 '기업길들이기'
카카오, 네이버 무더기 소환…한 회사, 같은 국감장 두 명도
5G와 탄소중립은 2개 상임위 같은 기업 증인 채택
오너 리스크가 국감 증인으로 이어지기도

[이데일리 김현아 경계영, 전재욱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재계 서열 10위권 그룹 총수 중 6명이 이름을 올려 이목이 쏠렸지만, 코로나 19 여파와 어려운 경제 상황, 개인 일정 등을 고려해 무산됐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국회는 ‘기업길들이기’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피감기관인 정부 기관의 잘못된 정책이나 문제점을 찾아내 지적하고 정책 대안을 만들기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기업 망신주기’에만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 정책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치다는 평가다.

카카오·네이버 기업 대표들을 여러 상임위에서 증인으로 줄 소환됐고, 당근마켓이나 야놀자 같은 스타트업(초기벤처) 대표들까지 국감장에 나온다.

작년 국감과 달리, 올해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증인으로 요청한 상임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유일했다.

‘공룡’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과 플랫폼 기업 불공정 이슈로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증인으로 요청받았다. 여기에 대리운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슈와 갑작스런 요금 인상 시도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도 산자위와 과방위 증인으로 채택됐고,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동물용의약품 불법 온라인거래 관련 농해수위 증인이 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다음달 7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날 한 자리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의 증인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성숙 대표가 농해수위·산자위·환노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동물용의약품 불법 온라인거래, 플랫폼 불공정, 직장내 갑질 혐의다.

ICT를 맡지 않는 상임위들이 카카오·네이버 증인들을 무더기로 소환하니, 정작 과방위는 전체적인 증인 채택 상황을 고려하자는 언급도 나왔다.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7, 8군 데에서 김범수와 이해진을 증인 신청하려하니 국회 자체가 비판받을 수 있다. 위원장이 여야 원내 대표와 협의해 부를 상임위를 지정해 1,2 군데만 부르는 게 어떤가”라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부른 상임위는 단 한 곳(과방위)뿐인데, 당근마켓 같은 예비유니콘 단계 기업까지 국감장에 부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5G에 대해선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를, 탄소중립과 관련해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포스코를 증인으로 세우는 등 비슷한 주제에 대해 같은 기업을 증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5G 통화품질과 불공정 약관 논란을 따지겠다는 것인데, 정무위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를 불렀고, 과방위는 네트워크 부문장급을 부르기로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정책을 다루는 과기정통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과방위 외에 5G 약관 등을 이유로 공정위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정무위까지 나가게 됐다”고 긴장했다.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가장 많은 상임위에 불려 나간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산자위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환노위는 박현 포스코 전무를 증인으로 각각 결정했다. 최정우 회장에게 포스코의 탄소 배출 관련 저감 계획과 정부 정책의 실효성 등을 물을 전망이다. 철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 기준 1억1700만t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16.7%, 산업부문의 30%를 각각 차지(산업통상자원부 집계)하며 최다 온실가스 배출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최 회장은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산업계에선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가 발전사업 수주 이후 하도급 및 납품대금 부당행위 관련해 산자위 증인 출석을 요구 받았고, 유정준 SK E&S 대표(부회장)와 이완재 SKC 사장 역시 산자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문재인 정부 수소 경제와 관련해 질문하겠다는 취지다.

재계 관계자는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도 증인으로 나온 상황에서 기업들이 탄소중립이나 수소경제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너 리스크를 겪는 남양유업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방면으로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무위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채택했다. 이른바 ‘불가리스 파동’과 지분 및 경영권 매각을 번복한 배경 등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별개로 남양유업 기업 문화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환노위에서는 남양유업 직원 최모씨가 참고인으로 나온다. 최씨는 육아휴직을 쓴 이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최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터라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농가와 상생 방안을 따지고자 식품사 총수 일가의 출석도 예정돼 있다.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회장,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 등은 오는 20일 농림축산식품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나온다. 이들 기업이 무관세 혜택을 받은 데 따라 농어촌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