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전쟁중]`산책가자멍` 떼쓰는 댕댕이… 비싼 펫마스크도 고민
by김보경 기자
2019.03.06 15:44:08
산책 못나가 괴로운 반려견 가구…실외배변 땐 더 심각
애견카페 찾거나 1만원 넘는 펫마스크…효과도 `의문`
| 6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애견카페의 모습. 미세먼지 탓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강아지들이 카페 안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최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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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서울 홍제동에 사는 김모(36)씨는 갓 1살이 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반려견과의 집 앞 공원 산책은 김씨의 하루 일과 중에서도 가장 큰 즐거움이다. 1년 가까이 ‘1일1산책’ 을 지켜왔는데, 요 며칠은 미세먼지가 극심해 집 밖 구경을 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축 늘어져있다가 산책 가자고 문 앞에서 매일 낑낑거리는 반려견을 보면 반려견용 마스크라도 씌워 나가야 하나 고민이다.
지난 3일 오후 상암 월드컵 공원 반려견 놀이터. ‘미세먼지비상저감조치시 견주와 반려견의 건강을 위해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하지만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놀이터에는 10명 가량 견주들이 반려견과 함께 있다. 응암동에 사는 김모(39)씨는 “며칠간 산책을 못시켜 목줄을 풀고 잠깐 이라도 뛰어놀게 하려고 놀이터를 찾았다”고 했다. 마스크를 쓴 견주들은 연신 콜록콜록대며 대부분 30분을 버티지 못하고 반려견을 데리고 돌아갔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전국적으로는 4가구중 1가구, 서울은 3가구 중 1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 이중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가장 많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때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걱정도 커진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34)씨는 “삼한사미(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였던 이번 겨울매일 하던 산책을 일주일에 2~3번 밖에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6일 미세먼지가 심각하니 산책 못하는 강아지도 이를 바라보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오늘 저녁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산책이라도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외배변을 하는 반려견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서울 홍은동에 사는 이모(30)씨는 “밖에 나가지 않으면 하루종일 배변을 참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각해도 나가서 10분이라도 산책을 시켜야 한다”고 토로했다.
3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박모(28)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산책 대신 애견 카페를 찾는다. 박씨는 “애견카페도 한두번이지 실내보다는 산책을 좋아해 애견카페로는 성에 차지 않아할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반려견 마스크(펫마스크)를 씌워서라도 산책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는 견주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사람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인간이 1㎏당 5~10㎖의 공기를 흡수하는 반면, 개나 고양이는 10~15㎖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반려견 관련 각종 커뮤니티에는 산책과 반려견 마스크 효과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려견 마스크는 비용도 비싸고 그 성능도 입증된 것이 없다. 반려견용 일회용 마스크는 개당 6000원에서 비쌀 경우 1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사람이 쓰는 마스크가 비싸도 개당 3000원인 수준에 비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반려견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필터를 교체해서 쓰는 다회용 마스크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입마개 용도로 쓰던 것에 사람용 마스크에 쓰는 부직포를 교체해서 쓰는 수준이다. 특히 반려견 마스크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어떤 효능이 공식 인증된 것이 없고 이는 국내 제품도 마찬가지다.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반려동물용 미세먼지 마스크 생산에 부정적이다. 반려동물용 마스크 수요가 얼마나 될지 추정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크다. 동물들은 습성상 마스크를 착용시키면 답답해 하며 발로 이를 벗기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용 마스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반려동물용 마스크 개발을 가로막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종전 기사 본문에서 `펫스크`라는 표기한 부분은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 `펫마스크`의 오기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