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셈 "세계 최초 '대기압전자현미경' 개발 코앞…시장 판도 바꿀 것"
by신하연 기자
2025.03.11 15:39:53
[코스닥人]이준희 코셈 대표이사
세계 최초 ‘대기압 전자현미경’ 개발…3분기 내 성과 발표 예고
그래핀 신소재 활용해 한계 극복…“반도체·생명과학 혁신 기대”
실적 성장세도 자신…“중국 매출 비중↓·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우리는 단순한 중저가 전자현미경 회사가 아닙니다. 혁신을 통해 시장의 판을 바꾸려 합니다.”
 | 이준희 코셈 대표가 개발 중인 대기압 전자현미경 제품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코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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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코셈(360350) 본사에서 만난 이준희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래핀 신소재 사용한 ‘대기압 전자현미경’ 개발
일본 히타치와 제올, 독일 자이스, 미국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체코 테스칸 등 5개사가 과점한 글로벌 전자현미경 시장에서 한국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전문기업 코셈이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포부다.
2007년 설립된 코셈은 세계 최초로 10만 배율의 탁상형 주사전자현미경 개발에 성공하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전자현미경을 2008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며 시장의 빈틈을 공략해 성장해왔다.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연구용 고가 제품에 집중하는 동안, 코셈은 중저가형 전자현미경 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대표는 “과점 시장에서는 공급자 중심으로 제품이 공급되지만, 전자현미경이 연구용에서 산업용으로 확장되면서 수요자의 니즈가 달라졌다”며 “기존 업체들이 신경 쓰지 않는 틈새를 우리가 먼저 파고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셈이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제품은 ‘대기압 전자현미경’으로, 일반 전자현미경과 달리 진공이 아닌 공기 중에서도 극미세 형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그래핀 멤브레인’이다. 신소재 그래핀은 기존 실리콘 나이트라이드보다 얇고 투과율이 높아 전자빔이 진공처럼 통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그래핀은 너무 얇아 크기를 작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반도체 공정을 통해 홀을 여러 개 뚫어 (관찰면을) 크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고 밝혔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프로토타입(시제품)이 6호기까지 제작된 상황이며,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협업해 그래핀 소재의 양산 체제도 갖추고 있다. 연구개발(R&D) 인력은 전체 인원의 40%에 육박한다.
◇반도체 후공정에도 활용 가능…3Q엔 성과 확인
대기압 전자현미경이 상용화되면 생명과학 연구뿐 아니라 반도체 후공정에서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초미세 공정이 중요해진 환경에서 기존 전자현미경은 진공 상태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대기압 전자현미경은 일반 대기압에서도 수 나노 스케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 기술의 무게 중심이 후공정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대기압 전자현미경이 양산되면 우리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실질적 적용도 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올해 3분기 말쯤이면 대기압 전자현미경을 활용한 응용 논문과 함께 실질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깃 시장을 광학현미경 시장으로도 확대하기 위해 코셈은 지난해 광학현미경 제조회사인 리암솔루션을 인수해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리암솔루션 인수 관련 비용이 일시적으로 반영되며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은 영업손실 2억36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지만 올해는 연간 매출과 영업익 성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대기압 전자현미경 개발과 별개로 연내 신제품 이온밀러전자현미경(IP-SEM)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중국 시장 비중이 30%대로 줄어든 반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유럽과 북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핀란드,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망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독일, 일본, 미국 등 기초산업 초강대국이 점유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그동안 회사 가치가 저평가된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개발은 어떻게 보면 인류가 처음 시도하는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 코셈 주사현미경 제품의 제작 공정 모습. (사진=코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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