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 5200명 정규직화' 거대한 실험

by김현아 기자
2017.05.22 15:51:06

유선 설치기사 100% 정규직화는 처음
비용 문제 부담도
고객서비스 질 향상되고 동반 성장될지 관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IPTV 업계 최초로 고객의 인터넷을 설치해주거나 고장 수리를 해주는 5200명에 달하는 하청업체 직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6월 초 자본금 460억 원 규모의 자회사를 100%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한뒤 업무위탁 계약이 종료되는 홈센터(하청업체)직원을 자회사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그간 통신 및 유료방송 업계에서 해당 업무는 과도한 아웃소싱에 따른 고용의 질 하락으로 노사 분쟁이 잦았던 만큼, 이번 조치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2015년 10월 일찍이 KT서비스 남부·북부 회사를 만들어 하청업체 직원의 정규직화를 단행했던 KT도 비용 문제 등으로 100% 정규직화는 이루지 못하는 등 이번 조치가 1~2년 후에 고객 가치 제고와 동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자칫 좋은 의도로 배송인력인 쿠팡맨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일부에서 공격 받는 소셜 커머스 업체 쿠팡의 사례처럼, 사회적 갈등 해소는 안 되고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그간 홈센터별로 기사님들의 일하는 방법과 내용 간 편차가 심해 고객 민원도 많았다”며 “이 분들이 좀 더 의욕있게 일하시게 됐을 때 고객 서비스가 더 향상될지, 노조와의 갈등이 줄어들고 단합이 잘 될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설치 및 AS 자회사 설립 의의
유선통신 시장에서 설치기사 문제는 화두였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대다수인데다 개인사업자가 건별로 수당을 받는 도급 구조마저 있어,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고객 서비스의 질이 하락했다.

본사 인력과 자회사(KT 서비스 남부·북부)에서 80% 정도를 소화했던 KT 정도를 빼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티브로드·CJ헬로비전 등에서는 설치나 AS업무를 외부에 위탁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설립과 100% 정규직 채용이라는 카드를 내걸면서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이 사장은 “유선통신망 도달범위 확대와 고객 센터 업그레이드 문제는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로 봤다. 직원들의 처우는 좋아질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뿐 아니라 AI 홈시큐리티 등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하청업체인 홈센터 사장들도 조건이 맞는다면 자회사(가칭 홈앤서비스) 고용센터장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에서 센터(하청업체) 관리업무 등을 맡았던 직원 80여명도 자회사로 보내 시너지를 높인다.

이 사장은 “5200명 정규직 채용에 따라 복리후생, 급여, 사무실 렌트, 일시 보상금 등의 생겨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선의를 믿는다. 비용을 단순하게 보지 말아달라. 사회적으로는 좋은 일자리와상생, 고객에게는 서비스 질 향상이 이뤄지는 결과 측면에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브로드밴드가 홈센터 사장들의 요구를 얼만큼 받아들여주느냐, 자회사 정직원이 되는 하청업체 직원 처우를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 역시 설치 및 AS 업무를 위탁한 72개사 하청업체 사장단과 희망연대 노조가 정규직화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브로드밴드처럼 자회사 설립 형태가 될지 아닐지는 일단 하청업체 사장단과 노조 등의 협의를 본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은 이날 성명을 내고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기사 직접고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SK브로드밴드의 이번 결정은 단지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갑자기 추진된 것이 아니라며, 노사가 지혜를 모아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업계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필요한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