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내수부진' 악재에 어두워지는 전망…외인 수급이 변수
by신하연 기자
2024.12.03 17:14:53
고환율에 외인 부담↑…원달러환율 1402.9원
내수 부진 우려에 개인도 '매도 우위' 전환
"내년 1분기 전후 경기민감株 주목할 만"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외국인이 모처럼 순매수 흐름을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2% 가까이 상승해 종가 기준 2500선을 턱걸이 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수출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박스권 내에서의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외인 수급 이탈이 가팔라진 가운데 개인 투자자 자금마저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유동성이 낮아진 탓이다.
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45.62포인트(1.86%) 오른 2500.10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하루 만에 54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난달 22일 이후 7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 수급이 추세적으로 매수세로 전환할지는 미지수다. 외국인은 지난 11월부터 지난 2일까지 한 달여간 코스피에서 4조 4350억원어치를 팔았다. 직전월 4조 700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매도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3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내 매도 우위를 지켰다.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는 최근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을 입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강해질수록 신흥국 주식의 투자 매력이 낮아진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일보다 1.6원 오른 1402.9원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7% 오른 106.537을 기록했다.
고환율이 국내 기업의 수출에 부담을 주고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낮은 기저를 바탕으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등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나 모멘텀이 충분하지 않다”며 “아직 고용이 약한 가운데, 최근 높아진 환율 레벨로 교역조건이 악화된 점은 내수의 반등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증시 대장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부담 요소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만 4조 1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순매도 규모와 맞먹는 금액이다.
최근 개인이 매도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지난 11월 한 달간 9080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던 개인은 이달 2일에는 308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날도 83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사실상 지수 상방을 제한했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반등 시그널이 확인될 때까지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국내외 금리인하가 집중될 내년 1분기 전후로 시클리컬(경기민감주)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 하강이 이어지면서 금리가 하락하자 이익보다 밸류에이션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헬스케어, 인터넷·소프트웨어가 올랐다”면서 “이들의 반등은 경기가 반등할 때까지만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업종의 반등은 내년 1분기 즈음 마무리 될 것”이라며 “지금부턴 국내 소재, 에너지, 산업재 등 시클리컬 업종으로 관심을 분산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