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초전' 승기 잡은 민주당…'이재명 체제' 고삐 죌까

by김범준 기자
2023.10.12 17:13:49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진교훈 17%p 격차 압승
'이재명 1호 공천' 선거 승리에 체제 굳힐 듯
'對與 공세' 진열 재정비로 당내 갈등 누그러져
총선 공천시 봉합 숙제…"李 체제, 두고 봐야"

[이데일리 김범준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수도권 민심에 대한 낙관론이 부풀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 현 지도부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대정부·여당 공세에 고삐를 당길 전망이다. 다만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불거진 당내 친명(親 이재명)계와 비명(非 이재명)계 사이 갈등을 ‘총선 레이스’ 돌입 이전에 봉합해야 하는 숙제는 남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오른쪽)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공원에서 열린 진교훈(왼쪽) 강서구청장 후보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당선인이 여당 김태우 후보를 17.15%포인트 득표율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되면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겨눈 강공 태세를 위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야당은 남은 제21대 국회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정부 예·결산 심사 등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해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 (그 외)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고무된 분위기로 단식 여파로 요양 중인 이재명 대표의 당무 복귀 시점도 가까워지고 있다. ‘이재명 1호 공천’으로 전략 공천한 진교훈 강서구청장 당선인이 이 대표 체제 첫 선거 승리를 가져오면서 이 대표의 ‘개선문’도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다음 주 정도에 복귀를 하면 어떨까 기대는 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못하고 있는 정치 수요를 충분히 풀어주기 위해서 (이재명) 당대표가 빨리 복귀해 같이 단합된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진교훈(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구청장 당선인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홍익표(오른쪽 두번째) 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표가 조만간 당무에 복귀하면 현 체제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후폭풍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한바탕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으로 당심이 집결하면서 ‘가결파 숙청론’ 등 내홍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온전히 화합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검찰이 강서구청장 선거 바로 다음 날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도 여전한 상태다.

이 대표는 강서구청장 당선 확정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당내 갈등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가결파’를 두고 ‘해당(害當)행위’ ‘고름’ 등의 과격한 표현과 함께 퇴출 또는 징계를 언급했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등 일부 강경파들도 잇따라 발언 수위를 낮추거나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최근 당내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갈등이) 많이 수그러졌고, 이제는 덮고 다 같이 통합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명계 등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장 격한 분위기는 주춤해졌지만, 불과 6개월 남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정국이 반드시 이 대표 체제를 공고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따른다.

한 수도권지역 재선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미 당을 갈라놓을 대로 갈라놓은 사람이 이제 와서 말을 바꾸면 뭐 하나”라며 “강서구청장 선거는 이기는 게 당연 했기 때문에 수도권 민심이 어떻고 하는 모습은 우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고 봐야 한다. 반드시 ‘이재명 체제’로 간다는 것도 아니고 (총선 전까지) 시간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자신감 있는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고, 당분간은 비명계가 목소리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내 갈등이)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지만, 공천 과정에서 갈등 재부상은 내년 1월 이후의 일들”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