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시대, 해외직구…달러는 '시들' 엔은 '활짝'[궁즉답]

by정병묵 기자
2022.10.04 16:48:13

팬데믹시 급성장 해외직구, 원·달러 환율 1400원대에 주춤
'엔저' 현상에 일본쪽 해외직구는 성행…100엔 990원
달러 환차익 노려 해외에 비싼 중고품 판매하는 '역발상'도
국내 면세업계, 환율보상 혜택 등 고객잡기 안간힘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 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풍경 중 하나는 ‘해외직구’의 확산입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외국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해외 직구 플랫폼을 통해 많이 소비했는데요. ‘강달러’를 넘은 ‘킹달러’에 해외 직구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지속하면서 해외직구족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습니다. 해외 직구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당연히 예전에 ‘같은 값’이었다면 지금 더 비싸게 사는 셈입니다. 단순히 계산해 100달러짜리 제품을 연초에 살 때 120만원을 내야 했다면 지금은 140만원, 즉 20만원이나 더 줘야 합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온라인쇼핑 해외 직접구매액은 10억3000만달러(1조4807억원)로 1분기 11억4000만달러(1조6394억원)보다 9.2% 감소했는데요. 작년 4분기(12억8000만달러)와 비교하면 19.6%나 줄었습니다. 강달러 현상이 심화한 3분기에는 해외직구 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는 11번가 관계자는 “해외직구족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캠핑용품, 디지털 기기 등의 수요는 여전하다”면서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해외직구족의 소비가 움츠려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의 강달러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US 달러’ 얘기입니다. 살 만한 제품이 대부분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미국 사이트이다 보니 ‘해외 직구=달러 직구’를 의미하는데요. 똑똑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높은 쪽으로 해외직구 방향을 옮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입니다. 올해 ‘엔저’ 현상으로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해외쇼핑족들이 늘고 있습니다. 4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2원 가량입니다. 연초에 1040원 정도였으니 우리 입장서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지긴 했습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일본이 1038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 증가했습니다. 1분기보다 11.7% 증가했는데 전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나타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제품인 간장, 의약품, 뷰티·생활용품 등이 많이 판매된다고 합니다.

반면 강달러의 ‘역발상’으로 달러를 사용하는 쇼핑몰에 물건을 판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명품 리셀러(재판매자)들도 있습니다. 이베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한국 국가간거래(CBT)에서 거래된 중고 명품 시계 판매량이 작년보다 12% 증가했다고 합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국내 명품 시계 보유자들이 최근 강달러 현상을 이용해 국내 거래보다는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찾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 ‘롤렉스 데이데이트 18238’ 제품은 통상 리셀가격이 2000만원대에 형성됐지만 최근 이베이에서는 변경된 환율을 감안해 2400만원대(1만750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이커머스 업계와 면세업계는 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11번가는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프로모션을 대거 펼쳐 고객을 잡겠다는 계획입니다. 11번가 관계자는 “할인율이 높은 ‘딜’ 상품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던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아마존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다음달 14일까지 당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이면 구매금액의 최대 7%에 달하는 ‘환율 보상 혜택’을 추가로 지급합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엔저 현상에 늘고 있는 일본 직구 열풍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해외 직구 온라인몰에 ‘일본전용관’을 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