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배기가스 조작했다"…FCA, 유죄 인정·3800억 벌금 합의
by방성훈 기자
2022.05.26 17:27:28
美법무부와 수년간 플리바겐 ‘밀당’ 후 최종 합의
플리바겐 이르면 내주 공개…이후 공판서 유죄 인정
美법무부, 벌금 합의와 별도로 FCA 직원 3명 기소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5년만에 타사 첫 유죄인정 ‘주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미 규제당국이 수년 동안 진행해 온 디젤 엔진 배기가스 사기 조사와 관련, 유죄를 인정하고 약 3억달러(약 3800억원) 벌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폭스바겐이 같은 사안으로 유죄를 시인한 이후 5년 만에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가 혐의를 인정한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FCA가 미국에서 판매된 10만대 이상의 구형 램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배기가스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시인했다고 전했다. 조작 혐의를 받는 디젤 차량은 2014부터 2016년까지의 모델이다.
FCA는 2019년 미국 배출가스 기준에 미달한 100만대 가량의 디젤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 뒤 배출가스 사기 조작 혐의로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조사를 받아왔다.
이후 FCA는 미 법무부와의 민사소송에서 정부 벌금 및 차량 소유주에 대한 보상금 등으로 총 6억 5000만달러(약 82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형사 기소 등과 관련해 플리바겐(유죄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을 수년 간 진행해 왔다. 플리바겐 내용은 이르면 다음 주 공개될 전망이며, 이후에 열리는 법원 공판에서 FCA는 유죄를 인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벌금과 별개로 FCA의 직원 3명이 미 법무부로부터 형사 고발된 상태다. 한 명은 규제당국을 오도·기만한 혐의로, 다른 2명은 배기가스 조작 사기 혐의로 각각 제소됐다. 미 법무부는 이들 직원이 배기가스 조작을 위해 공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FCA는 2021년 1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과 합병해 스텔란티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 피아트, 마세라티, 지프, 시트로엥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완성차업체다. 스텔란티스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이번 FCA의 유죄 인정 합의는 독일 폭스바겐이 60만대의 차량에서 배기가스를 조작한 스캔들, 이른바 ‘디젤 게이트’로 유죄를 인정한 지 5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은 2015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적발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유럽보다 엄격한 미국의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디젤 차량 엔진 구동장치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했고, 테스트 주행시 유해물질이 적게 나오도록 조작했다.
하지만 EPA가 실제 주행시엔 유해물질 배출량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폭스바겐은 2017년 관련 혐의를 시인했다. 폭스바겐은 당시 미 법무부와 43억달러(약 5조 4500억원)의 형사 벌금에 합의했다. 민사소송 배상금으로는 175억달러(약 22조 1700억원)를 썼다.
이 사건 이후 미국과 유럽에선 디젤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같은 사안으로 미 법무부로부터 조사를 받다가 2020년 22억달러(약 2조 7900억원)의 벌금을 포함한 배상금에 합의했다.
한편 폭스바겐은 영국에서 배기가스 스캔들로 9만명 이상의 운전자들에게 1억 9300만파운드(약 3070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필립 하르만 폭스바겐 최고법률책임자(CLO)는 “2015년 9월까지 발생한 깊고 유감스러운 사건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합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