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 해임권 남용 판결에…방통위 여야추천 상임위원들 갈등

by김현아 기자
2021.10.07 17:55:27

2017년 12월 일어난 일..방통위, 강규형 전 이사 해임건의안 의결
해임 사유는 법인카드 사적사용..대법원, 강 전 이사 손 들어줘
김효재·안형환 “방통위 재량권 남용…강 전 이사에게 사과해야”
김현·김창룡 상임위원 “절차대로 진행…사과할 일 아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왼쪽부터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안형환 상임위원이다. 이들은 국민의힘 추천으로 상임위원이 됐다. 사진=이데일리 DB


방송통신위원회 야권 추천 상임위원들이 과거 이효성 위원장 시절 방통위가 강규형 전 KBS 이사에 대해 법인카드 사적용도 사용 등을 이유로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데 대해 강 전 이사 승소로 확정 판결이 나자, ‘방통위는 반성하고 강규형 전 이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효재 상임위원과 안형환 상임위원이 7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이 밝히면서 역사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현 부위원장과 김창룡 상임위원은 당시 절차대로 진행한 일이라며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7년 12월 27일, 방통위가 KBS 강규형 이사의 해임 건의안을 의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당시 해임 사유는 강 이사가 자신에게 지급된 업무용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 감사원이 KBS 감사를 실시했고 2015년 9월 선임된 강 이사가 2년여 동안 320만원(월 약 13만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이 드러났다.

이후 그가 해임되면서 새로운 KBS 이사가 선임됐다. 여권 성향 5명, 야권 성향 6명으로 돼 있던 KBS 이사회 구조는 6대 5로 바뀌었고, 2018년 1월 22일 임기가 10개월 남은 고대영 사장 해임안이 의결됐다.

강 전 이사는 2018년 1월3일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방통위가 절차 및 내용에 문제가 많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면서 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서울 행정법원 행정 7부)는 2020년 6월 1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KBS 이사 모두에게서 업무 추진비 부당 집행 현황이 지적됐고, 강규형 이사의 부당 집행 액수가 여타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2021년 4월 28일, 2심 재판부도(서울 고법 행정 11부)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고, 지난 9월 9일 대법원에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 구성된 이사회 구조를 문재인 정부 입맛에 맞게 바꿈으로서 KBS 사장을 합법의 모양을 갖춰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행정청(방통위)의 결정으로 한 개인의 명예와 인격권에 심각한 해를 입었지만 그런 결정을 한 책임자들은 임기를 마치고 공직을 떠났다”면서 “방통위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잘못을 시인해야 하고, 강규형 이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강규형 전 이사에 대한 방통위 해임건의 결정이야말로 역사바로잡기의 중요한 대상”이라며 “우리 역사에서, 우리 방송사에서 이 같은 반역사적인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그 어떤 권력도 역사 앞에서 겸허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강규형 전 KBS 이사.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여권 추천인 김현 부위원장은 “KBS 국감이 목전에 있기 때문에 법원 판단에 대해 이 시간에 이걸(사과여부를)결정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안맞는 것 같다”면서 “해임 건의 결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1~4기 결정된 것 중에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5기의 시작은 4기까지 이뤄진 일을 존중한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창룡 상임위원 역시 “강 전 이사가 그렇게 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방통위가 사과를 해야 한다면 신태섭 전 이사가 KBS 이사직에서 쫓겨날 때 방통위는 무엇을 했는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먼저 교수직부터 박탈시키고 이사직 쫓아내고, KBS를 장악하는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다 총동원돼 난리였다. 무죄가 나왔지만 이미 세월이 흘러 되돌이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 이런 문제가 있었다. 사과 이전에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하자”고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자”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