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새 천당·지옥 오가는 비트코인…"기관 비중 1%뿐" 투자 주의보

by김정남 기자
2021.01.13 15:14:21

월가의 주요 화두는 '비트코인 변동성'
골드만 "비트코인 중 불과 1%만 기관"
개인이 대부분이어서 투자 리스크 우려
건들락 "아직 변동성 큰 위험한 시장"
"대다수 손실 볼 수 있어" 투자 경고등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가상자산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의 ‘널뛰기’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 전반은 돈 풀기 후유증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다소 커지고 있는데, 비트코인은 이런 기류와 상관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에 투자한 대부분의 자금이 기관이 아닌 개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위험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는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 리서치부문장은 12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을 두고 “비트코인에 들어와 있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며 “시장의 안정을 위한 열쇠는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증가하는 것인데, 지금은 너무 그 비중이 작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현재 6200억달러(약 680조원) 남짓이다. 그 중 1% 남짓만 기관들의 투자금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커리 부문장은 “비트코인 시장이 점차 성숙해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초장기 시장에서는 변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커리 부문장의 분석처럼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하룻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널뛰기 중이다. 이날 오후 11시30분 현재(미국 동부시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3만3410달러 선이다.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투자자 웹캐스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더블라인캐피털 캡처)
최근 24시간 기준으로 3.70%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일정한 방향성 없이 시시각각 등락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24시간 내 최저점(3만2309.04달러)와 최고점(3만6604.51달러)의 차이는 4300달러에 육박한다. 최근 1주일로 시계를 넓혀보면, 비트코인값은 지난 9일 한때 4만1986.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불과 사흘 만에 3만100.00달러까지 내리기도 했다. 28.31% 폭락한 것이다. 최근 월가는 팬데믹 이후 초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메랑 우려 탓에 주식, 원유 같은 위험자산들이 조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런 흐름에서도 비켜나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이은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변동 폭은 더 크다. 코인베이스 집계를 보면, 이더리움은 10일 한때 1개당 1350.88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이틀 후 905.00달러까지 내렸다. 하락률이 무려 33.01%다.



시장의 고민 역시 이 지점에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커리 부문장은 “(기관투자자들이 더 유입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장기적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서도 “변동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그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월가는 비트코인의 커지는 몸집(시가총액)만큼 고민이 커졌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투자자 웹캐스트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변동성이 너무 큰 위험한 시장으로 보인다”며 “1시간 안에 20%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걱정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을 만한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전날 “그렇게 급격하게 오르는 자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그린 포물선 형태의 오름세는 단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돈을 빼낼 시기”라고 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에 몰려있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개인이라는 점이다. 개인은 투자 규모 혹은 정보 등의 측면에서 기관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크다는 평가다.

CNBC는 이와 관련해 여러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투자에 유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코인플립의 대니얼 폴로스키 CEO는 “돈을 잃어도 될 때만 투자해야 한다”며 “변동성이 커서 수익이 날 수 있겠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부문장이 12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CN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