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상의탈의 퍼포먼스를 삭제했을까?
by김유성 기자
2018.06.04 15:31:5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인간의 실수, 불완전한 AI’
지난 2일 여성인권 단체 ‘불꽃페미액션’의 돌발 시위로 불거진 ‘여성가슴사진 삭제’ 사건 발생 원인은 ‘인간의 실수’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이 불완전한 가운데 최종 결정권자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4일 페이스북 내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 페이지 내 사진은 복구된 상태다. 이 사진은 지난달 29일 오후에 올라온 사진이다.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에서 회원 8명이 자신의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러나 일반 여성들이 대낮에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고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이 컸다. 지금까지 사회 운동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서 해당 사진은 게시중단됐다.
페이스북은 이번 사진 게시 중단이 ‘인간의 실수’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콘텐츠를 검토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면서 “먼저는 사용자들의 신고, 두 번째는 자체 커뮤니티팀(모니터링단), 머신러닝에 따라 음란물을 가려낸다”고 말했다. 머신러닝은 네이버 등 포털과 마찬가지로 영상이나 사진 내 피부색의 비율을 보고 ‘유해물’인지 여부를 판별한다. 삭제 등의 최종 권한은 사람에게 있다.
가장 많은 비율이 사용자 신고다. 이번 삭제 건도 사용자 신고 후 페이스북 내 담당자가 삭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내에서 자체 모니터링단이 있지만 전 세계 약 3000명 수준이다. 전 세계 22억 페이스북 사용자가 쏟아내는 콘텐츠를 전부 파악하기 불가능하다. 플랫폼에 대한 무조건적인 질책이 온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인간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음란하다라는 판단은 규범적 혹은 사회과학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인공지능이 아직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페이스북도 한계를 느낀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근 드루킹이나 명예 훼손으로 인한 포털 책임과도 계속 연결되는 과제”라며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와 끊임없는 (개선) 노력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신중한 입장이다. 방심위는 지난 2015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일부 만화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사이트 폐쇄 조치를 한 적이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정보통신심의 규제 대상은 ‘음란’으로 ‘선정성’과는 다르다”며 “노골적인 성행위, 성기, 음모 노출이 음란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가슴 노출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불꽃페미액션처럼 ‘가슴을 노출한 퍼포먼스’ 자체만으로 삭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내 플랫폼들도 단지 여성의 가슴 노출 사진이라고 해서 삭제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누군가의 신고가 있고, 그 이유가 합당하면 게시물 게시 중단 조치를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게시자의 명확한 소명이 있으면 다시 살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