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결국 사직서 제출…與, 안건 상정 합의 안 할 듯

by유태환 기자
2018.03.12 17:18:22

지도부 만류에도 12일 ''사직의 건'' 제출
丁의장 측 "교섭단체 간 합의 있어야 상정"
與 "사실 규명·검토해야…좀 더 지켜볼 것"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건강한 서울 만들기 프로젝트’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원내 1당과 지방선거 기호 1번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민 의원 ‘사직의 건’ 안건 상정 자체를 합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의 현재 의석은 121석으로 116석의 자유한국당과 불과 5석 차이에 불과하다. 민 의원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격차는 4석으로 좁혀지고, 무소속 이정현 의원과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등의 한국당 복당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원내 1당 지위는 바람 앞에 등불 형국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10일 민 의원이 히말라야 여행 중 알게 된 A씨에 대해 2008년 노래방에서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던 민 의원은 보도 약 1시간 30분 만에 “그분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제가 아는 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 의원을 직접 만나 “그렇다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지 의원직 사퇴부터 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만류했지만, 민 의원은 “그래도 사직서를 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최고위 역시 이날 비공개 회의를 통해 민 의원 사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민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그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며 ‘폐회 중에는 의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직 관련 안건의 의결은 일반 안건과 마찬가지로 재석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다만 정세균 의장 측은 ‘사직의 건’ 역시 의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안건 상정을 위해서는 원내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헌법에 ‘의원을 제명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본인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가 해당 의원을 일방 제명할 경우에만 적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회 의사일정은 원내교섭단체 간 협의와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라며 “‘사직의 건’도 의안이기 때문에, 이를 처리할지는 여야 원내교섭단체 간 합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한국 제네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 등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한민국 국익보호를 위한 국정조사요구서’ 제출에 따라 3월 임시회가 소집된 상태다. 다만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해당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본회의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민 의원 ‘사직의 건’은 자동으로 4월 임시회로 이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 의원 의견을 존중하지만 당 지도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여론 추이를 보겠다는 게 아니라 더 나올 사실이 있는지 규명하고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 의원 측은 사직서 철회는 없다며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 의원 측 역시 통화에서 “사직서 제출 번복은 없다”며 “서울시장 불출마도 궤를 같이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