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24.08.08 18:38:56
7월말 5대은행 정기 예·적금 전달보다 각각 18조·1조늘어
美연준 내달 기준금리 인하 시사…은행채 금리 연일 하락
예대금리차 점점 벌어져…2~3%대 한동안 찾기 어려울 듯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에 지난달에만 20조원에 달하는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쯤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고 3%대 금리를 여전히 제공하는 은행 예금에 막차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09조 3403억원으로 전달보다 18조 1879억원(2.0%) 늘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도 35조 7311억원으로 1조 1227억원(3.2%) 증가했다.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하는 요구불예금에서도 자금이 대거 이탈했고 이 자금이 은행 예금에 유입됐다. 실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09조 6922억원으로 전달보다 29조 1395억원 줄었다. 감소 폭으로는 지난해 1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대다. 예금 상품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는 이유는 곧 기준금리가 내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현재 은행 예금은 연 2%대 후반에서 3%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이나마도 찾기 어려워질 것이란 인식이 형성되면서 예금을 찾는 금융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내달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연준이 오는 9월 소폭 인하가 아닌 0.5%포인트 이상 대폭 인하하면 시장금리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하락 전망에 영향을 받으며 시장금리는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기준인 은행채 금리는 빠르게 내리는 중이다.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 7일 기준 3.276%로 연초(3.707%) 대비 0.43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일(3.220%)에는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대출상품 금리는 잇달아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증가세 속도 조절에 따른 조처다. 지난달 국민은행은 4차례, 신한은행은 3차례 대출금리를 높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같이 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 차가 점차 벌어지는 상황에서 창구로 고객이 몰려들고 있다”며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으로 한도가 줄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와 예금이자가 더 떨어지기 전에 자금을 묻어두려는 수요가 동시에 쏠리리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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