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플랫폼 자율 규제 속도…업계 "서두르지 말고 다양성 인정하며 가야"
by김국배 기자
2022.07.27 17:41:50
법제도 TF 발족,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안 마련
'네카라쿠배당' 비롯한 사업자·학계·전문가 23인 구성
플랫폼 사업자들은 "다양성 인정하고, 고민하며 가자" 주문
"정부는 판 깔아주고, 민간이 결정하도록 해야"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정부가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관련된 자율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자율 규제 기구 운영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연말까지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플랫폼 업계에선 “너무 서두르지 말고, 플랫폼 업계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가자”는 주문이 나왔다.
27일 과학기술정통부는 플랫폼 업계와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지난 6일 열린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의 후속 조치다.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는 이 협의체에는 과기정통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이날 열린 첫 회의에는 공정위에서도 화상으로 참석했으나 특별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족한 TF에는 ‘네·카·쿠·배·당(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국내 대표 IT 플랫폼 기업을 비롯해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 강남언니, 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쇼핑협회, 11번가, 지마켓, 무신사, 구글코리아, 메타(옛 페이스북) 등이 참여했다.
당근마켓 이용자보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인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학계·전문가 10인도 들어갔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플랫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이 간사를 맡았다.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 분과장, 2분과 위원은 당연직으로 참여했다.
과기정통부는 자율 기구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정했다. TF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와 함께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등을 거쳐 연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디지털 플랫폼의 부작용에 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플랫폼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자율 기구 구성·운영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면서 “논의 초기부터 업계·전문가·관계부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이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 업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고민가며 가자”며 다양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들을 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의견이긴 했지만, 자율 규제 형식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TF 관계자는 “(자율규제 기구가) 다양한 플랫폼의 니즈를 잘 반영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큰 틀에서는 플랫폼 하나지만,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갈등 요소와 법률 등이 다양하니 그런 점을 고려해야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만들어질 디지털 플랫폼 자율 규제 기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관심사이자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자와 어디쯤에서 선을 그을지가 다들 관심”이라며 “사업자들은 정부의 참여 수준이 최소화되길 원할 테고,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자율 규제라는 말에 부합할 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테면, 가이드라인 같은 행정 지도가 자율 규제 취지에 맞느냐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율 규제를 정책화시키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면서 “다만 명실공히 자율규제인 만큼 정부는 판을 깔아주고, 나머지는 민간이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