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어벤져스' 창작진이 그려낼 21세기 '미인도'

by장병호 기자
2025.03.11 15:38:01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 내달 3일 개막
양정웅 연출·정보경 안무가 등 참여
여성 무용수 29명 출연, 11개 민속춤 엮어
"한국의 아름다움 보여줄 종합선물세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신윤복의 ‘미인도’ 같은 전형적인 미인이 아닌, 역동적이면서도 다양한 21세기 새로운 ‘미인도’를 제시하겠다.”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열린 신작 ‘미인’ 연습 공개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국립무용단과 첫 작업에 나선 양정웅 연출은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무용수들만으로 한국 민속춤의 섬세함과 흥과 멋과 에너지를 모아서 한국의 새로운 ‘미’(美)를 보여주고 싶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미인’은 국립무용단이 2025년 공개하는 첫 번째 신작이다. 한국 춤에 내재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 29명이 출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정웅 연출을 비롯해 국내 예술계를 대표하는 창작진이 이번 작품을 위해 뭉쳤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한국무용 코치로 활약한 안무가 정보경, 한국 1세대 패션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의상 디자이너), 에스파·아이브 등 K팝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주목받은 아트디렉터 신호승(무대 디자이너), 밴드 이날치 리더이자 드라마 ‘정년이’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 등이다.

양정웅 연출은 “‘미인’은 평소 좋아하는 한국 민속춤 중 일반 관객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춤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라며 “‘어벤져스’처럼 함께 모인 창작진의 다양한 취향이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며 조화를 이루면서 버라이어티한 시각 효과와 함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열린 신작 ‘미인’ 연습 공개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총 2막으로 구성한 ‘미인’은 신윤복의 ‘미인도’를 연상케 하는 여백의 미를 담은 무대로 시작한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무용수의 독무(獨舞)를 시작으로 산조·살풀이, 부채춤, 강강술래, 북춤, 탈춤 등 여성 무용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11개 민속춤이 60분 동안 빠른 전개로 펼쳐진다. 장검과 단검이 짝을 이뤄 대비되는 ‘칼춤’, 여성 군무의 순수한 미를 담은 ‘놋다리밟기’와 ‘강강술래’, 파워풀한 안무로 재해석한 ‘부채춤’ 등을 만날 수 있다.



‘탈춤’ 장면에서는 무용수들이 탈을 쓰지 않고 등장해 눈길을 끈다. 정보경 안무가는 “탈을 쓰지 않더라도 몸의 기운이나 에너지를 통해 탈춤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립무용단은 미래의 고전을 만드는 곳이다. 민속춤의 미학적 개념을 해체하고 재해석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춤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보경 안무가는 “(남성 무용수들이 출연했던)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무용 예술에 스며든 대중이 많다. 안무가로서 이들에게 한국 여성 무용수의 매력도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 기자간담회가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신호승 무대 디자이너, 서영희 의상 디자이너, 정보경 안무가, 양정웅 연출. (사진=국립극장)
양정웅 연출의 장기는 화려한 미장센이다. 그가 연출했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대표적이다. 이번 ‘미인’ 또한 양정웅 연출 특유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서영희 스타일리스트는 삼베·모시·실크·벨벳 등 다양한 소재의 의상 500여 점을 선보인다. 신호승 아트디렉터는 지름 6.5m의 대형 에어벌룬과 무대를 가로지르는 26m의 대형 천과 족자 형태의 LED 오브제 등으로 강렬한 무대를 구현한다.

서영희 스타일리스트는 “연출가와 안무가의 의도에 맞춰 전통을 어디까지 풀어헤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호승 아트디렉터는 “여성 무용수의 춤선과 의상이 잘 드러나도록 간결한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미인’은 오는 4월 3일부터 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