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거부권' 법안 당론 채택…정국경색에 의사일정은 깜깜

by이수빈 기자
2024.07.11 17:00:33

민주당, 정책의총 열고 '노란봉투법' 등 당론 채택
전세사기특별법·방송4법 등 7월 국회서 처리키로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 논의는 연기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7월 임시국회 내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청문회’ 추진으로 경색된 여야 관계가 민주당의 입법 독주로 더욱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7월 임시국회에서도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탈표 취합과 재의표결로 이어지는 이른바 ‘거부권 정국’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제10차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범죄피해자 보호법 △감사원법 △민법(구하라법)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전세사기특별법 등 7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우선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노란봉투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해 특수고용노동자·간접고용노동자까지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구제 후구상’ 조항을 담았다.

앞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 민주당 워크숍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서 재의표결까지 이뤄졌지만 끝내 무산된 개혁민생법안들이 있다”며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부권을 행사했을 만큼 이견이 큰 법안이라 민주당 단독으로 추진될 경우 또다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당론으로 채택된 감사원법과 가맹사업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반대해 무산된 법안이다. 감사원법은 이른바 ‘제2의 유병호 사태’를 막기 위해 감사원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여 표적 감사를 방지하는 조항들을 담았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지난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안전운임제를 다시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육 의무를 불이행한 친부모에게 상속을 제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구하라법)과 범죄피해자 구조금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 보호법은 큰 진통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당론으로 채택된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을 포함해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 △방송4법 △농가지원법안 등 5개 법안을 7월 임시국회 내 처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오는 18일과 25일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요청하고 있다.

이날 7개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며 민주당의 당론 법안은 42개로 늘어났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함에 따라 여야 협상 가능성은 낮다.

7월 임시국회가 열린 지 일주일이 거의 다 됐지만 여야는 아직 의사일정 협의조차 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국회 개원식을 열고 16~17일 양일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7개 상임위 역시 운영이 더디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책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7개 상임위 중 간사가 선임된 상임위는 2개 뿐이고, 소위원회는 구성된 곳이 없다. 4개 상임위는 아예 한번도 회의를 연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상임위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고, 의장께도 이런 상황을 말씀드려 국회 의사일정을 잡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1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종합부동산세 재검토, 금융투자소득세 적용 유예’ 안건은 이날 정책의총에선 논의되지 않았다.

노 원내대변인은 “세제는 중요한 이슈지만 문제는 지금의 현안인지 아닌지를 봐야 한다”며 “이미 국민께 ‘하겠다’고 약속한 이슈와 현안이 산적해 있고, 거기 파생된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논의할) 날짜가 잘 안 나온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표는 지금은 (당대표) 후보”라며 “그의 입장이 당의 입장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제기한 문제를 당의 공식 논의 테이블에 바로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