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적폐청산'에 휘둘려 갈등만 키운 국방부

by김관용 기자
2018.03.13 17:32:15

국방부, 軍적폐청산위원회 권고 따라
군인 외출·외박 구역 제한 폐지 추진
지역 반발 여론 거세, 부랴부랴 뒷수습
宋국방장관, 강원지사에 "현행 체제 유지 검토"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장병들의 외출·외박 구역을 제한하는 이른바 ‘위수지’ 폐지 검토 방침이 논란이다. 국방부가 지역 사회와의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제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반대 여론이 거세다.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앞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불합리한 제도 발굴과 개선을 권고하면서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폐지를 권고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달 21일 이를 수용해 해당 제도의 폐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군 부대가 산재해 있는 휴전선 접경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동안 각종 군사시설물 규제에 따른 지역개발 제한과 재산권 침해, 빈번한 훈련 등으로 희생을 감수하며 살아왔는데, 지역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지역 주둔 부대 장병들이 외출·외박을 인근 대도시까지 갈 수 있도록 할 경우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국방부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서주석 국방차관은 지난 7일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국방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협의회에는 강화군·옹진군·파주시·김포시·연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의 지자체장이 참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서 차관은 “앞으로 적극적 소통과 협의를 통해 지역주민과 지자체, 군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현안 대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의 군인 외출·외박구역 제한 제도 폐지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강원 화천군 읍내 곳곳에 위수지역 폐지를 반대하는 사회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에는 최문순 강원도지가 관련 문제로 국방부를 찾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면담했다. 최 지사는 면담 이후 “(송 장관으로부터)접적 지역과 도서 지역 부대는 부대 규모와 군사대비 태세 등을 고려해 현지 지휘관들이 외출·외박 제한구역 문제를 융통성 있게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군 내부 의견수렴 과정 등 절차를 거친 이후 강원도 접경지역 군인의 외출·외박 구역제한 문제는 현행 유지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진우 국방부 부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군사대비태세 유지와 장병 기본권 보장, 지역과의 상생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방부 지침을 검토해서 이후에 관련 지자체와 지역주민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맞춤형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지사가 전한 송 장관의 말은 현지 지휘관들이 알아서 결정토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외출·외박 구역 제도와 별반 다를게 없다. 현재 규정은 ‘외출 및 외박구역은 그 부대의 임무와 상황에 따라 지역적 또는 시간적 제한을 동시에 고려해 장성급 지휘관이 정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각 부대들의 외출·외박 가능구역은 천차만별이다. 강원도에 위치한 육군 2사단의 경우 외출·외박구역은 인제와 양구군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2시간 이내에 들어올 수 있는 곳까지로 설정했다. 그러나 12사단은 인제 지역 2시간 이내로, 21사단은 양구 지역 1시간 이내로 정하고 있다. 3사단의 경우 제한 지역은 철원일대 2시간 이내지만, 인접 부대인 6사단은 철원 및 포천 일대까지 지역을 설정하면서 제한 시간은 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부대 지휘관이 지자체와 협의해 알아서 결정해도 될 일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군에 복무하고 있는 장병들의 외출·외박 지역에 제한을 두는게 인권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방부가 군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