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해운업 위기…중소형사 신용위험 커진다

by조진영 기자
2016.12.05 16:03:37

흥아해운 신용등급 강등..SK해운·장금상선 `부정적` 꼬리표
동남아노선에 대형사 뛰어들어 공급과잉 심화
OPEC 감산 결정으로 유가오르면 실적 더 악화될수도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 선사 중심으로 진행됐던 해운사 신용위기가 중소형 해운사에서도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해 컨테이너선사와 탱커선 모두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 반등폭이 커지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일 ‘BBB-’였던 흥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한단계 아래인 ‘BB+’로 강등했다. 통상 ‘BB’ 등급은 투기등급으로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상존한다. 한기평은 이에 앞서 SK해운(A-)과 장금상선(BBB+)의 신용등급 전망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한기평은 “해운 시황 침체에 해운사들의 수익성이 하락했고 지속적인 선박투자로 차입부담이 늘어난데다 실적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본다”며 신용등급과 등급전망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중소형 해운사들은 한진해운·현대상선 사태에서 다소 비껴나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장기운송계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컨테이너선 시장이 성장하자 경쟁이 심화됐고 운임을 내려야했다. 특히 지난 6월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유럽에서 운항하던 초대형 선박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로 들어올 수 있게 되자 경쟁에서 밀린 선박들이 동남아 항로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보면 지난해 3분기 TEU당 174달러였던 상하이-싱가폴 노선 운임은 지난 3분기 54달러로 69%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흥아해운은 3분기 영업손실 38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2014년 20척이었던 사선을 2016년 3분기말 35척까지 늘리면서 차입금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장금상선 역시 중국과 동남아 노선 실적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13.2%였던 EBITDA마진이 10.6%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석유수출국개발기구(OPEC)가 지난달 30일 감산에 합의하며 유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OPEC 감산 결정은 유조선사들에게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1월 102.5포인트까지 올랐던 유조선 운임지수는 9월 32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저유가가 지속되자 선사들이 선박 발주량을 늘리며 경쟁에 뛰어든 탓이다. 탱커선을 주력으로 하는 SK해운은 지난 3분기 227억원(연결기준)의 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