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앨러건 빅딜 성사‥세계최대 제약공룡 탄생(종합)

by장순원 기자
2015.11.23 15:44:32

최소 1500억달러 규모 인수합병 합의
화이자, 절세용 M&A 마침내 성사
경쟁당국 승인 앞둬‥업계 통합바람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로 유명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보톡스를 만드는 아일랜드 제약사 앨러건을 사들여 몸값만 400조원 가까운 세계 최대 제약사가 탄생한다.

화이자와 앨러건이 최소 1500억 달러(약 173조원) 이상 규모의 인수합병(M&A) 안에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회사는 이사회 승인을 받았고 23일 합병을 공식 발표한다.

합병 비율은 앨러건 주식 1주당 화이자 주식 11.3주와 약간의 현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약 364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16.4%의 웃돈(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이는 헬스케어업계 사상 최대 규모면서 올해 최대규모 M&A다. 지금까지는 세계 1위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경쟁사 사브밀러를 10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거래가 올해 이뤄진 M&A로서는 최대다.

화이자는 미국 2위 제약사다. 시가총액이 2180억 달러 규모다. 앨러건 시총은 1130억달러 수준이다. 화이자가 앨러건을 인수해 두 회사가 합치면 시총 33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제약사가 등장하는 셈이다. 합병회사의 매출은 600억달러가 넘는다.

화이자는 지난해부터 앨러건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다.



앨러건은 미국에 비해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의 평균 법인세율이 35%인 반면 아일랜드는 세계 최저 수준인 12.5%에 불과하다. 이언 리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외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화이자의 지난해 법인세율은 약 25%다. 대형 제약업체 가운데 가장 높다.

화이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법인세율을 20%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 앨러건은 지난해 약 15%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았다. 기술적으로는 아일랜드가 본사인 엘러간이 뉴욕에 있는 화이자를 인수하는 형태로 M&A가 이뤄진다. 절세용 본사이전을 막는 미국 재무부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절세 외에도 주름제거 치료제 보톡스와 안구건조 치료제 레타시스를 포함해 앨러건 인기상품들이 화이자 판매상품에 포함돼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화이자는 경쟁력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2월 복제약 전문업체 호스피라를 168억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또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절감이나 연구개발(R&D)에 대대적 투자가 가능해졌다.

두 회사는 올 연말까지 M&A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리드 화이자 CEO가 합병 회사를 이끌며 브렌트 손더스 엘러간 CEO는 2인자로 이사회 의장과 최고운영자(COO)가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두 회사는 합병후 고부가가치 사업인 특허약품 판매와 제네릭(복제약)으로 분할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다만 두 기업의 덩치가 워낙 커 세계 각국에서 반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거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게 부담이다. 미국 당국이 조세회피용 해외이전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SJ는 이번 거래가 제약업계 통합 움직임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오바마케어가 시작되면서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헬스케어 업계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 규모의 제약사간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