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171명 곗돈 10억여원 빼돌린 남성…징역 3년 6월 선고

by이영민 기자
2025.05.13 11:36:07

가입금의 3배 돌려주겠다며 계원 모집
계획범행 아니라며 재판부 선처 요구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자신과 같은 농인 171명으로부터 10억원대 곗돈 사기를 벌인 남성이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사진=뉴스1)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재판장 김길호)은 13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최모(47)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은 최씨의 범행을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도 청각장애인이면서 청각장애인의 사회적 특성과 심리적 취약성을 악용해 2~3배 당첨금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계 가입을 권유했다”며 “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빼앗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합의되지 않은 피해자의 피해금액만 6억 6000만원이 넘는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법원은 최씨가 피해자 1명으로부터 600만원을 교부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 최씨가 피해자 61명과 합의한 점,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법정 구속 전 수어 통역사를 통해 “지금 아이가 많고 그동안 도망가지 않고 열심히 재판을 받았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계속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 2월부터 같은 해 5월까지 농인 모임에서 가입금의 2~3배를 곗돈으로 지급하겠다며 계원을 모집했다. 그는 자금이 부족해지자 가입비 1000만원을 받는 ‘천계’ 모임을 조직했고, 곗돈을 돌려막는 수법으로 5회에 걸쳐 장애인 171명으로부터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전 재판에서 최씨는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을 인정했지만 사기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수어 통역을 통해 “제가 계획적으로 계획을 세운 게 아니고, 다른 투자를 하면서 ‘작은 돈 가지고 놀자’ 하다가 큰돈까지 이런 계를 운영하게 됐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