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보조금 빨간불…딜레마 놓인 삼성·SK
by김응열 기자
2025.02.14 16:25:29
미국, 자국 반도체 투자 보조금 지급 조건 재검토
파운드리·패키징 시설 투자 진행 삼성·SK도 영향권
“주요 고객 있는 미국…투자 축소시 불이익 우려도”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트럼프 정부 들어 대미 투자 보조금 지급이 불확실해졌지만 미국 투자를 축소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반도체 고객사가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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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기존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변경한 뒤 일부 거래를 재협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대만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는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자사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및 정책들과 일치하지 않는 특정 조건들이 재검토 대상이라고 알렸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은 뒤 중국 등 다른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에게도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조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경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 투자를 결정한 우리 기업들로선 상당한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005930)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7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보조금 47억4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보조금 4억5800만달러와 정부대출 5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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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이 최소 수 조원의 대미 투자를 감행한 건 미국 보조금 혜택의 영향이 컸다. 이제와서 미국이 갑자기 보조금 정책을 바꾸더라도 우리 기업들로서는 투자를 철회하거나 축소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주요 고객사가 미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를 상대로 영업하고 납품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고객사를 지원하는 게 사업 확장에 보다 효율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SK하이닉스 수익을 대폭 끌어올린 HBM 주요 고객사가 엔비디아다.
일각에선 미국 투자를 축소할 경우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축소시 미국 정부가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모른다”며 “미국 투자를 결정한 건 고객사뿐 아니라 보조금 수혜 기대효과도 컸는데 현재는 투자를 계획대로 마치기도, 축소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언급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지만 보조금 변경에 관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