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반년…“규제혁신 없이는 경쟁력 없다”

by최훈길 기자
2022.07.05 17:27:26

혁신 서비스 기대했지만 '용두사미' 위기
원인은 각종 서비스 규제, 금융권 반발
허용된 데이터 자체가 적은 것도 원인
사회적 공론화 거쳐 서비스 혁신 필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대로 가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가 무색무취한 서비스로 전락할 것입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법무법인 율촌이 5일 세미나에서 이같은 우려가 터져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마이데이터 운영 기업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 마이데이터’에 대한 고민을 쏟아냈다. 핀테크·은행·카드·보험 등 56개사(본허가 기준)가 참여했고 서비스 가입자만 2596만명(4월 기준)에 달하는데, 새로운 혁신이 안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5일 마이데이터를 전면 시행하면서 ‘내 손 안의 금융비서’라고 홍보했다.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신속하고 빠르게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등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혁신금융서비스를 예고했는데, 불과 6개월 만에 기대가 걱정으로 뒤바뀌었다.

정부는 지난 1월 마이데이터 효과를 강조했다. (사진=마이데이터 종합포털)


시장에서 걱정하는 이유는 ‘규제 걸림돌’ 때문이다.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규제 이슈로 인한 사업화 지연, 정보보호 이슈, 여전히 불명확한 가이드라인, 나아가 사업자간 서비스 차별화 부재 등 마이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이 지목되고 있다”며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마이데이터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규제 걸림돌’은 보험 비교 서비스다. 지난해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등을 불허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카카오페이 등에서 제공되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되자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다. 이후 금융위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서비스 재개는 이뤄지지 못했다.

핀테크 업계는 보험 비교 같은 마이데이터 ‘킬러 서비스’가 불허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해외에도 허용되고 있는데 IT 강국인 국내에선 금지된 것이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효현 카카오페이 금융정책실장은 “영국은 15년 전부터 온라인으로 보험 비교가 가능하다”며 “소비자들은 금융상품 정보를 비교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하는데 왜 유독 국내에서는 보험 등 금융 상품 비교는 불허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규제 문제를 들여다 보면 ‘기존 금융권 반발’이 숨어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핀테크의 보험 비교·추천을 비롯한 새로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해 전통 금융권의 저항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규제샌드박스로 보험 등 마이데이터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금융권 반대가 심했다”며 “기존 금융권이 보험 사고, 안전 장치 등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어, 금융위도 선뜻 허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허용된 정보가 부족한 점도 마이데이터가 시들해진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당초 건강 등 비금융 데이터 활용을 기대했지만 각종 법망에 막혀 쉽지 않았다. 대표적인 비금융 데이터가 건강 데이터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조사 결과 국민들은 가장 기대하는 마이데이터 분야로 ‘건강(42%)’을 꼽았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의료 정보는 최대 120만명의 진료데이터로 제한돼 있는 상태다. 건강보험 진료 환자에 대한 정보도 불과 3%만 선별해 비식별 의료정보로 제공되는 상황이다. 전재식 핀크 본부장은 “비금융 분야를 비롯한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금융 데이터 관련해 마이데이터 업계, 의료업계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이준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마이데이터는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해 고객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금융산업에는 경쟁·혁신을 촉진하는 서비스”라며 “쌓여 있는 규제 때문에 혁신 서비스를 막을 게 아니라 규제 혁신으로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