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친노·호남’ 승부수 통할까…韓 인사청문회 곧 요청할 듯
by박태진 기자
2022.04.04 15:33:34
경제안보 대비…참여정부 마지막 총리의 귀환
‘여소야대’ 청문회 정국 돌파할 묘수 기대
尹측 이번주 중 추진…통상 3~5일 걸려
검증팀 만반의 준비중…민주당, 송곳 검증 예고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인사청문 검증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당선인 측은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DJ)·노무현 정권에서 주요 공직을 역임한 한 후보자가 현재 경제 위기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데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의 귀환 카드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윤석열 정부의 첫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
윤 당선인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했다.
그는 “새 정부는 대내외 엄중한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닦아야 하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가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한 후보자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며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행정고시 합격 후 통상 분야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국무총리까지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중용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국무총리 재임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기반을 조성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바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한 후보자는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처럼 경제와 외교, 통상을 아우르는 경륜을 갖췄다는 점이 윤 당선인의 주요 낙점 배경이 됐다. 게다가 전북 전주 출신이고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중용됐다는 점 때문에 ‘여소야대’ 청문회 정국을 돌파할 묘수가 될 것으로 윤 당선인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적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매우 엄중한 때에 국무총리 지명이라는 큰 짐을 지게 돼서 한편으로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매우 무겁고 또 큰 책임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익 중심 외교, 강한 국가를 위한 자강 노력,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중요한 국정 어젠다로 꼽았다.
윤 당선인 측은 조만간 총리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늦어도 이번주 내로 요청서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한 관계자는 “지금 관련 서류 발급이 진행중이고, 최대한 빨리 제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통상 3~5일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에선 ‘한덕수 초대 총리’라는 묘수를 꺼내들었다고 하지만, 관건은 국회 인준이다. 총리 인준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 시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172석(57.3%)으로 과반 의석인 상황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의 손에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 인준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 내부에선 애초 민주당 측으로부터 가장 많은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인사를 물색, 최종적으로 한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DJ·참여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고, 호남 출신이란 점도 민주당이 쉽사리 거부하기 힘든 카드 아니냐는 분석이다.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
현재 인수위는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을 마련하고, 인사 검증 대비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은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 철학과 능력, 자질을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송곳 검증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 인수위가 안하무인격으로 점령군 놀이에 빠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인수위가 정부 부처가 아닌 방송문화진흥회와 간담회를 빙자한 업무보고를 강행했다”며 “이외에도 종편 방송 4개사와 SBS, EBS와도 ‘밀실 간담회’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후보자 검증과 관련해 민주당을 겨냥, “거대 의석으로 힘 자랑 하려는 듯 벌써부터 청문회에서 몇명 낙마시키고 당의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당리당략적 정치공세와 공연한 트집잡기는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며 꼬집었다.
인수위도 응수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호중 위원장이 인수위에 거친 표현을 하고 있다”며 “발목 잡는 듯한 언행은 삼가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