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신고에 조직적 회유까지"…혼인신고날 女부사관 극단적 선택

by이석무 기자
2021.05.31 22:32:49

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이데일리 이석무 기자]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31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 공군 모 부대 소속 A 중사는 지난 3월초 선임인 B 중사로부터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당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음주 및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A 중사는 ‘반드시 참석하라’는 B 중사 압박에 못 이겨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저녁 자리에 갔고 귀가차량 안에서 추행이 이뤄졌다. 당시 차 안에는 두 사람과 운전하던 후임 부사관만 있었다.

A 중사는 피해 다음 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이틀 뒤 두달여간 청원휴가를 갔다. 자발적으로 부대 전출 요청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부대측은 당사자는 물론 같은 군인이던 남자친구에게까지 조직적인 회유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유족 측은 MBC와 인터뷰에서 신고 직후 즉각적인 조사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MBC에 따르면 유족들은 직속 상관이 상부 보고 대신 저녁을 먹자며 회유를 한 것은 물론, 방역지침을 어긴 동료 군인들을 생각해달라는 이유로 회유를 한 상관도 있었고 같은 군인인 A씨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설득해달라는 부탁도 있었다고 밝혔다.

청원휴가가 끝난 뒤인 A 중사는 지난 18일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중사는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장례까지 미룬 채 군 당국의 조직적 은폐 및 회유에 대해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측은 “현재 강제 추행 건은 군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