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인건비 충돌.."50억 올려야" Vs "국민 부담"

by최훈길 기자
2017.11.13 17:17:06

정부청사 10곳 예산, 945억→923억
기재부 "단계적 정규직 전환해야"
행안부 "예산 빠듯, 국회 증액 필요"
비정규직 "이대로 가면 전환 거부"

미화원·특수경비·안내 등 정부청사 10곳에서 근무하는 용역 관련 예산이 올해 945억원에서 내년에 92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단위=억원, 출처=행정안전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전국 최초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앞둔 정부청사가 인건비 수준을 놓고 계속 진통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 예산을 깎자, 행정안전부와 비정규직 측이 ‘쥐꼬리 예산’이라며 증액을 요구한 것이다. 비정규직 일각에선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0개 정부청사의 위탁용역 관리 예산은 올해 945억원에서 내년에 923억원(정부안 기준·직접고용 전환 예산 포함)으로 편성됐다. 정규직 전환을 했는데 예산이 22억원 가량 절감된 것이다. 청소·안내·특수경비 등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용역 2435명(현원 기준) 중 1372명(56%)이 내달 직접고용 된다.

이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 비용을 인건비와 용역업체에 주던 간접비(이윤, 부가세)로 주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 직접고용 사례처럼 정규직 전환을 하더라도 용역업체에 주던 이윤, 세금으로 전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미화원의 직접고용 전환 당시 상용 인건비 예산은 56억8300만원(2016년)에서 59억6300만원(2017년)으로 비슷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내달 정부청사의 정규직 전환으로 용역업체에 주던 63억3900만원의 간접비가 절감된다.

그러나 행안부는 실제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영세한 용역 업체가 많아 기재부 추산만큼 간접비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시설 구입비·재료비도 더 필요해 예산이 빠듯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내년에 자산취득비·운영비·재료비 등으로 53억4300만원(전환 대상자 기준)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행안부는 국회에 50억원 증원 요구를 하는 중이다.



비정규직들도 반발하는 상황이다. 당장 전체 파이(예산)가 줄어든 만큼 나눠 갖는 몫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행안부가 10개 청사의 분야별 소요예산(내달 전환 대상자 도급액 기준)을 추산한 결과, 내년도 예산이 일부 직종은 증가했지만 통신직은 1억6834만원, 안내직은 1743만원, 승강기직은 1300만원 감소했다.

최근 한 노조 관계자는 회사 내부 통신망(네이버 밴드)에 “우리 밥그릇을 뺏길 수 없다”며 “우리 요구(용역비 원상 복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비정규직 관계자는 “공무원 임금·상여금은 놔둔 채 비정규직한테만 돈 타령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반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안을 짜면서 보수 수준을 맞췄는데 비정규직 임금만 대폭 오르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최저임금(16.4%), 식비(월 13만원), 복지포인트(연 40만원)가 인상되는 만큼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국민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윤근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기념 신년 행사’에서 미화원들에게 “너무 늦게 국회 직원으로 모셨다”며 큰절을 하자 미화원들이 맞절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약에 따라 전국 10개 정부청사의 미화원 등 비정규직들이 내년 1월부터 정부(행정안전부)에 직접고용될 예정이어서 국회처럼 원만하게 전환이 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