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영재 기자
2015.02.09 17:27:07
[이데일리 문영재 강신우 기자] 여야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당 대표 자격으로 처음 회의테이블에 앉았다. 전날 문 대표가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 등의 발언으로 회동 직전까지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내년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들은 이날 첫 회동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로 김 대표를 찾았다. 김 대표는 “추운 날씨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도 참배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참배하려고 했는데 전당대회가 걸려서 못 갔지만 이른 시간에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문 대표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해 정치에서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특히 김 대표께서 역할을 많이 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고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를 하는 게 국민이 바라는 일”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야당이) 무리한 요구만 안 하면 같이…”라고 말하자 문 대표는 “이제는 각오를 좀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김 대표는 다시 “너무 세게 하지 마시고”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최근 복지·증세 논란을 두고 “박근혜 정부도 현재 대전환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연말정산과 관련해 부자 감세, 서민증세라고 호되게 비판받을 받은 만큼 이를 어떻게 없애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체계 마련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 김 대표와 문 대표는 복지·증세 등의 현안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복지 중복에 따른 재정 어려움을 지적하자, 문 대표는 “하던 복지를 줄일 수는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김 대표는 야당의 협조를 구했고, 문 대표는 너무 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은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이른바 ‘2+2 회동’을 자주 갖는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문 대표는 전날 당선 소감에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계속 파탄 낸다면 저는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문 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대표 취임 일성으로 한 말로 듣기에는 유감스러운 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부산 영도)와 문 대표(부산 사상)는 모두 부산 출신으로 김 대표가 문 대표의 경남중 1년 선배다. 김 대표는 “저하고 같은 시대, 비슷한 지역에서 살면서 또 같은 학교에 다녀 동질감이 많다. 같은 시대에 서로 같이 고민해 대화를 잘하리라 믿는다”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에 문 대표는 김 대표의 과거 통일민주당 경력을 언급하며 “시민사회운동을 하면서 김 대표를 볼 기회가 많았다.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관계가 여야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정치권에서도 인연이 깊다. 김 대표는 부산에서 내리 5선을 지낸 지역대표 정치인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총선 때 국회에 입성, 같은 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이들은 201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때도 맞붙었다. 김 대표는 당시 박근혜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부산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했다. 당시 문 대표는 “NLL 포기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맞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당 대표가 모두 부산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어 내년 총선 성적이 이들의 향후 진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