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달라도 우린 '클래식 너드', 가을의 그리움 연주합니다"
by장병호 기자
2024.10.21 18:00:00
피아니스트 박재홍·첼리스트 한재민 인터뷰
한국 클래식계 이끄는 젊은 연주자들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 무대 올라
"클래식은 인생의 길라잡이, 영원하죠"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재민이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감에 찬 첼로 연주를 보며 ‘이상한 애’라 생각했어요. 어린 나이에도 놀라운 재능이 있었거든요.”(피아니스트 박재홍)
“재홍이 형은 첼리스트보다 첼로를 더 잘 아는 피아니스트예요. 함께 연주할 때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첼리스트 한재민)
| 피아니스트 박재홍(왼쪽), 첼리스트 한재민이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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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젊은 피아니스트 박재홍(25), 첼리스트 한재민(18)이 오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을의 위로를 전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와 함께 하는 트리오 리사이틀이다. 박재홍, 한재민이 정식 공연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재홍, 한재민을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나 이번 공연에 대해 들었다. 두 사람은 박재홍이 고등학교 2학년, 한재민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박재홍은 “재민이는 동생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친구이자 때로는 형 같기도 한 아티스트라서 이번 공연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재홍이 형은 음악적으로 배울 것이 많고 같이 연주하면 항상 편안하다”며 “좋은 아티스트들과 공연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답했다.
박재홍, 한예종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등이 나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출신 연주자다. 박재홍은 2021년 페루초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과 4개의 특별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재민은 15세였던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2022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까지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 피아니스트 박재홍(왼쪽), 첼리스트 한재민이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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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롯데콘서트홀 ‘2024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한재민이 직접 기획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제1번을 시작으로 드보르작 피아노 트리로 제4번 ‘둠키’,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 ‘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를 연주한다. 한재민은 “누군가를 추모하거나 그리워하며 쓴 작품들”이라며 “가을을 맞이한 관객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래들처럼 게임이나 스포츠 등의 취미를 함께 나눌 법도 하지만 둘의 관심사는 ‘음악’이다. 박재홍은 “우리 둘 다 ‘너드’(nerd, 따분한 공부벌레 또는 괴짜를 뜻하는 말)라서 만날 때마다 음악 이야기만 한다”며 “음악적인 취향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 여러 주제로 토론을 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이다. 박재홍은 10월부터 독일 바렌보임사이트 아카데미에서 세계적인 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한재민은 지난해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볼프강 에마뉴엘을 사사 중이다. 이번 공연 이후의 연주 계획도 꽉 차 있다. 한재민은 오는 12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 작곡가 신동훈의 첼로 협주곡 ‘밤의 귀의’를 아시아 초연한다. 박재홍은 독일 슈타츠 필하모니 뉘른베르크,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이 예정돼 있다.
| 피아니스트 박재홍(왼쪽), 첼리스트 한재민이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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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주자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어떤 의미일지 물었다. 어린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클래식은 인생의 길라잡이이자 동반자예요. 음악이라는 예술 자체가 좋아요. 저에게는 그걸 표현하는 수단이 피아노입니다.”(박재홍)
“수 백 년을 이어온 클래식은 앞으로 500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와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클래식은 영원합니다.”(한재민)